39년 만의 국내 스프링 캠프, '실내 연습장 활용 관건, 투수 부상 경계령'

김도환 2021. 2. 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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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제주·KT 기장·한화 거제, 남부 지방 연고 팀은 홈 구장에 캠프
키움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 두산·LG는 자체 훈련 시설 활용
전문가들 이구동성 "실내 연습장 활용 중요, 투수들 부상 줄이는 팀이 우승 후보"
39년 만에 프로야구 전 구단이 국내에서 스프링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에 캠프를 차린 SK( SSG) 야구단.


1982년 이후 무려 39년 만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국내에서 스프링 캠프를 연 지 나흘이 지났다.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엔 프로야구팀 창단이 늦어져 국내 훈련 외엔 방법이 없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기 전이었고, 선수 1명의 여권 발급도 한참 걸렸다.

39년이 지난 2021년 국내 스프링 캠프는 코로나 19로 인한 비상 상황이다.

SK를 인수한 SSG가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훈련에 돌입했다. KT는 부산으로 이동해 기장-현대차 드림 볼파크에 둥지를 틀었고, 한화는 거제 하동스포츠타운에 캠프를 잡았다.

삼성, NC, 롯데, KIA 등 남부지방 연고 팀들은 각자의 홈구장에서 캠프를 차렸다. 다만 훈련 첫날부터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훈련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KIA 선수들은 첫날 구장 지하 주차장에서 구보하는 촌극도 있었다. 두산과 LG는 경기도 이천의 자체 시설을 활용 중이고 키움은 사상 처음으로 고척 돔에서 캠프를 시작했다.

강아랑 KBS 기상캐스터는 "어제(3일) 아침만 해도 서울과 제주도의 기온 차가 8.2도"라며 "서울이 제주도만큼 따뜻하려면 3월 중순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구팬이기도 한 강아랑 캐스터는 "실내 연습장이 아닌 야외에서 훈련하려면 기온이 영상권에 드는 남부지방이 전지훈련에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구 전문가들은 국내 스프링 캠프가 2021시즌 판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우려는 역시 추위와 관련된 부상이다.

특히 투수의 경우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컨디션을 70~80% 정도로 끌어올리고 나서 시범경기 등을 치르고 개막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10개 구단 모두 이 과정에서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게 만드는 과제가 생겼다. 실내 훈련과 실외 훈련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도 존재했다.

전 WBC 야구 대표팀 김인식 감독


■ <김인식 전 WBC 국가대표팀-두산 감독>

"미국, 하와이, 일본 다 경험해봤다. 해태 코치 시절엔 국내에서 장작도 피워가며 해봤다. 당시 고생했던 날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실내 연습장 수준이 좋아서 중부권, 남부권 조건은 비슷하다고 본다. 두산, LG는 바깥에 안 나가면 되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기후는 따뜻하지만 바람이 의외로 세게 분다.

런데 강흠덕 트레이너가 해 준 이론이 주목할 만하다. 전지훈련 통계를 내 봤더니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한 지역에서 훈련했을 때 부상자가 적다는 것이었다.

특히 투수들이 유의해야 한다. 실내에서 던지면 볼이 빠르게 느껴진다. 내 볼이 빵빵 울리고 마치 최고가 된 것처럼 착각도 일어난다. 투수들 기분부터 좋아진다.

그러다가 2월 말이나 3월 초 바깥으로 나가면 왜 또 느려졌느냐는 생각이 든다. 투수 출신들은 다 경험했던 일들이다. 이때 힘 조절 못 하고 과부하 걸리면 다친다. 실내 훈련 중인 투수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39년 만의 국내 전지훈련은 팀 성적에 변수가 될 것이다. 당장 4~5월이 아니더라도 여름에 부상자가 나오는 팀이 발생할 것이다. 이 변수를 줄이는 팀이 우승권에 근접한 팀일 것이다."

전 롯데 감독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


■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 전 롯데 감독>

"삼성 시절에도 해외부터 국내까지 다 해봤는데요. 야외에서 하는 것 하고요. 실내에서 하는 것 하고요. 천지 차입니다.

실내훈련은 집중력부터 좋아져요. 볼도 잘 나가고요. 야외는 손이 얼어서 그립도 안 잡히고 볼도 안 나가거든요. 넥센 시절에는 제주도 강창학구장에서 해봤는데요. 바람이 많이 불어서요. 지금 SK(SSG) 캠프가 딱히 투수들한테 유리하다고 말을 못 하겠어요.

그래서 제주도에서도 투수들은 실내 연습장을 잘 활용해야 하고요. 2월은 중부권, 남부권 다 공평하다고 봐요.

그런데 LG, 두산, 키움 선수들이 3월에 야외로 나가서 던져야 할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4월 초에 개막하게 되면 올해는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를 100개가 아니라 80~90구로 한 달 정도는 낮게 조정할 수도 있다고 봐요.

결국, 저는 39년 만의 국내 캠프가 투수 운용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봅니다. 생각보다 4월, 5월, 6월 레이스에는 큰 변수로 다가올 수 있어요."

장성호 KBS 야구해설위원


■ <장성호 KBS 야구해설위원, 전 KIA 1루수>

"두산과 LG의 이천시설은 최고 수준이다. 20도 안팎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훈련하는데 최상의 조건이다. 그런데 실내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실내에서 연습할 경우 소리가 경쾌하게 나고 집중력도 좋아진다. 야수나 투수 모두 나도 모르게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아직 몸 상태가 최고로 올라가지 않았는데 타자의 경우 풀스윙을 하더라.

투수 역시 '팡팡' 포수 미트 소리가 나다 보니까 100%로 공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실내 훈련을 하다 야외로 나가게 될 경우도 조심해서 적응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중부권 팀들과 남부권 팀들 모두 컨디션 조절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결국, 39년 만의 국내 전지훈련은 실내 연습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또 실내에서 야외로 나갈 때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용택 KBSN 야구해설위원


■ <박용택 KBS N 야구 해설위원, 전 LG 외야수>

2월에 한국에 있었던 게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2월 한국 날씨가 어떤지, 특히 남부지방 날씨가 어떤지도 모르고 세상을 살아왔다.

해외 전지훈련을 20년 하다 보니까 국내 전지훈련의 효과는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다. 제 경험으로는 타자들의 경우 실내에서 타격 연습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날씨가 할 만하다면 야외에 나가서 배팅 훈련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적어도 저는 실내보다 야외를 선호했다. 하지만 타자 성향에 따라 추운 날씨를 극도로 싫어하는 선수도 많이 있다. 투수들 역시 실내보다 야외에서 던지는 것을 선호하는 투수들이 많았다.

중부지방, 남부지방에 있는 선수들 모두 시즌 준비하기에 너무나 어려운 해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날씨에 민감한 투수들이 부상 방지에 더욱 유의해야 할 시즌이라고 본다."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


■ <성민규 롯데 단장, 전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2월은 두산, LG, 키움이나 남부지방 쓰는 팀이나 비슷하다고 봅니다. 2월 초반부터 막 달리고 전력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에요. 우리 팀도 지금 사직 구장 야외로 안 나가거든요.

지금 저희 롯데는 연습량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열 기간이거든요. 두산, LG도 한 달 뒤쯤 100% 가까이 상태를 끌어올려야 할 때는 남부지방으로 내려가서 하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결국은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야구도 잘하고 부상도 없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국내 전지훈련이 순조롭게 된다면 39년 만의 전지훈련 시도를 발상의 전환, 그 출발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해외 전지훈련을 나가도 해외 시설들이 지금 국내만큼 좋지 않은 곳도 많아요. 실내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장 시설도 지금 국내가 좋은 곳이 많습니다.

식사나 숙박 문제도 국내 훈련이 의외로 장점이 많습니다. 선수들이 롯데 호텔에서 숙박하므로 최고의 지원이 있어서요. 저희는 해외 전지훈련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도환 기자 (kido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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