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적다" SKT 노조 불만에 박정호 "소통 확대하겠다"(상보)

박정호 SK텔레콤 CEO(최고경영자)가 "올해 성과급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과급 규모 재고와 새 기준 도입을 위한 협의를 노동조합이 요청한 데 대해 "구성원과 소통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CEO는 4일 오전 SK ICT 패밀리사의 지난해 주요 성과 창출에 기여한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시상 행사에서 회사의 성장과 발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자며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박 CEO의 이런 언급은 최근 노조가 위원장 명의로 성과급에 대한 불만와 우려를 담은 서한을 발송한 데 대한 답신의 성격이다.

노조는 박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만간 지급될 성과급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과급 규모 재고와 새 기준 도입을 위한 협의를 촉구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모회사까지 번진 셈이다.

노조는 서한에서 SK텔레콤의 지난해 경영 실적을 근거로 "올해는 성과급(IB·인센티브 보너스)을 많이 기대했는데 큰 폭으로 줄 것으로 보여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성과급 규모를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실적발표에서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8조6247억 원, 영업이익 1조3493억 원, 당기순이익 1조5005억 원의 호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5.0% 늘어난 역대 최대였고, 영업이익은 21.8% 늘었다. 순익은 SK하이닉스 지분법 이익이 반영돼 74.3% 급증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기업가치와 성과를 연동하기 위해 현금과 자사주를 섞어 지급하는 '구성원 주주 참여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지난 2일 302억 원 어치의 자사주 12만3090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새 성과급 프로그램에 따르면,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현금과 주식 중 선택해 수령할 수 있다. 자사주를 받기를 원하면 10주 단위로 선택하고 1년 이상 팔지 않으면 1년 후 주식 가치의 10%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의 성과급은 설 연휴 이전에 지급된다.

노조는 그러나 주주 참여프로그램으로 지급될 주식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올해 성과급이 작년보다 오히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는 "지난해 호실적에도 최근 몇 년간 줄었던 성과급보다 더 적게 지급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성과급 규모를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현재의 성과급 기준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대신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에 나서라고도 사측에 촉구했다. 노조는 특히 예측 가능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적·성과급의 상관관계와 전사 성과급 평균 금액을 공개하고, 성과급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노조에 앞서 SK하이닉스에선 최근 지난해 성과급 지급 규모를 두고 직원들의 불만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연봉 반납을 선언하고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이 사과하기도 했으나 모회사까지 논란이 번진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EO가 전 구성원들에게 대화와 협의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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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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