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백신 불신론에..무료 백신 마다하는 탄자니아
[경향신문]
“우리는 백신을 들여올 계획이 없습니다.”
도로시 그와지마 탄자니아 보건부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기자회견 당시 마스크 미착용 상태였던 그와지마 장관은 “탄자니아는 안전하다”며 “백신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탄자니아 정부는 대통령의 ‘백신 불신론’에 백신 수입을 거부하고 있다.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행사에서 “탄자니아인이 백신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보건부에 경고했다. 개발도상국 탄자니아는 백신의 공평한 배분을 위해 만든 연합체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무료로 백신을 받을 수 있지만, 탄자니아 정부는 백신 수급을 거부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도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수차례 “지금은 마스크에 의존할 때가 아니라 신에게 기도할 때”라고 말하는가 하면, 일부 동물로부터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자 “외국에서 수입한 진단키트에 결함이 있다”며 일축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지금까지 봉쇄령을 전혀 시행하지 않았고, 지난 5월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도 비과학적인 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그와지마 장관은 “증기 흡입을 통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보건의약 책임자인 피델리스 마푸미코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약초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탄자니아의 이같은 방역 대책에 아프리카 보건당국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존 응켄가송 박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탄자니아 정부를 겨냥해 “아프리카 대륙이 다함께 이 문제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 지역 담당 이사인 마츠히디소 모에티 박사도 탄자니아 정부에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탄자니아 안에서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현재 탄자니아의 코로나19 감염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탄자니아에 여행경보 중 가장 높은 4단계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르완다는 탄자니아 트럭 운전사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으며, 주변국 입국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는 탄자니아인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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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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