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유해용, 항소심도 무죄

"검찰 증거, 사실 입증 부족"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수석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농단 의혹’ 관련 사건의 두번째 항소심 판단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현직 판사들이 항소심에서도 잇따라 무죄를 받고 있다.

유 변호사는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아무개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경과와 처리계획 등을 파악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안 요약 보고서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내부 문건이 발견돼 비난성 보도가 있었고 출력물들을 폐기해서 버린 상태에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사안 요약 보고서의 표 작성 방식이) 자신의 표 작성 방식과 일치해 자신이 관련된 것으로 착각해 추측성 진술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부분 진술에 대한 증거 능력은 있지만 신빙성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유 변호사가 임 전 차장에게 사안 요약 보고서를 전달한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과 동일하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안 요약 문건 작성을 지시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선고 뒤 유 변호사는 기자들을 만나 “특별 수사나 직접 수사에서 검찰이 어떤 목표나 방향을 정해두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등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현직 법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현직 부장판사 3명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