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윈 아웅 "자식 세대에게 과거로 돌아가 살라고 할 순 없습니다"
[경향신문]
군사독재 시절 경험한 한국인
누구보다 우리 심정 잘 알 것
SNS 지지 글 올려주면 큰 힘
“어렵게 일궈낸 미얀마의 민주화가 이렇게 무너져선 안 됩니다. 저희 자식 세대에게 다시 과거로 돌아가 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군사독재 시절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누구보다 우리 심정을 잘 아실 겁니다.”
미얀마의 인권·민주화운동 활동가인 모에 윈 아웅(사진)은 지난 3일 경향신문과 나눈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냄비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의 불복종운동 등을 페이스북에 알리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군부 쿠데타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가.
“미얀마인들은 군부에 대한 개인적 혹은 집단적인 공포를 갖고 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고, 공공서비스는 기대할 수도 없고, 군부의 부정축재로 일반 시민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삶을 무려 50여년 동안 살았다. 미래 세대에게 다시 이런 과거를 물려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 가장 비통하다.”
- 현재 분위기는.
“많은 시민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쿠데타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70개 병원 의료진은 가장 먼저 파업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은 군부독재 시절 공공의료 서비스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시위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태가 계속 악화될 경우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 군부는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선거 처음부터 끝까지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 관계자들이 함께 감시했다. 유권자 명부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는 이유로 선거 전체를 무효화하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년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했지만, 군부가 1년 후 물러날 것이라고 믿는 미얀마인은 아무도 없다. 2015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선거에서 승리했던 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미얀마 민중들은 정말 오랫동안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정부를 기다려왔다. 그게 바로 NLD가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힘들게 이뤄낸 민주화가 이렇게 무너지게 둘 순 없다.”
- 국제사회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각 국가 정부와 기업들은 미얀마에 투자사업을 진행할 때 그것이 (군부의 호주머니를 채워줌으로써) 미얀마의 민주화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꼭 미리 고려해 달라. 과거 오랫동안 군부독재의 아픔을 경험했던 한국인은 누구보다 우리 심정을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도 K팝을 사랑하는 미얀마 팬들이 너무 많다. K팝 가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소셜미디어에 격려와 지지의 말을 올려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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