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사형 구형한 '그 검사'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9차례 증인소환장 발송..'폐문 부재' 등으로 무산
박준영 "국가배상청구 소송한다면 또 증인신청 할 것"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노경민 기자 =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렸던 두 사람이 '무죄'를 선고 받은 가운데 30년전 이들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사는 재심 과정에서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곽병수 임수정 오대석)는 4일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최인철씨(60)와 장동익씨(63)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심 선고 공판은 예정됐던 일정보다 다소 늦게 열렸다. 최씨와 장씨 측이 마지막 증인으로 신청한 A 전 검사의 출석이 계속해서 미뤄지면서다.

A 전 검사는 30년 전인 지난 1991년 두 사람의 사건을 수사하고 공판을 진행했던 검사다. 그는 두 사람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검찰 심문 과정에서 경찰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말했으나 검찰과 법원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검찰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을 기소했고, 이 과정에서 허위 공문서 작성, 폭행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재심 첫 공판 이후 법원은 총 9차례에 걸쳐 A 전 검사에게 증인 소환장을 보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모두 '폐문 부재' 혹은 '이사 불명'이란 이유로 A 전 검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폐문 부재란 '문이 잠겨 있고 사람도 없다'는 의미다.

법원 직원이 직접 A 전 검사의 거주지와 변호사 사무실 등에 찾아갔지만 A 전 검사와 가족들도 만나지 못 했다.

법원 관계자는 "소환장이 송달 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강제로 증인으로 소환하거나 불출석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A 전 검사는 현재는 경남의 한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또한 A 전 검사가 의도적으로 증인 출석을 피하기 위해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재판부에 설명하기도 했다.

법원의 이날 무죄 선고를 살펴보더라도 A 전 검사의 증인 출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의 피의자 심문이 진술 거부권이 고지된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무죄의 근거로 봤다.

두 사람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A 전 검사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A 전 검사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서 진실을 이야기 한다면 사건의 실체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며 "만약 위증을 할 경우에는 추후에 그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전 검사를 비롯한 경찰관들은 비공식적으로라도 두 사람을 찾아가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A검사에 대해서는 향후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증인신청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두 사람의 고문 사실과 이에 따른 허위 자백, 체포 과정 등 절차상의 위법성 등을 모두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 했다.

또 재판부는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이 자리에서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한다"며 "재심 판결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피해가 회복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사과했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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