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취급에 학력 무시까지".. 배달원 향한 도 넘는 '갑질' 급증
"말투가 왜 그러냐. 여자가 택배하는 거 알만 하다."
유튜버 A씨는 4일 ‘택배기사 갑질 사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친구가 택배회사 일을 하는데 ‘갑질’하는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A씨의 친구인 여성 택배기사 B씨는 배송 중 송장에 적힌 배송지 도로명 주소와 건물번호가 일치하지 않아 주소 확인을 위해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뜸 "시비를 걸려고 전화한 거냐"는 말과 함께 여자가 택배 일을 하는데 대해 막말을 쏟아냈다.
A씨가 B씨에게 "이런 사람이 많냐"고 묻자 그는 "적진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쇼핑몰에서는 보통 (택배 송장을) 인쇄해서 붙이기 때문에 잘못됐을 리가 없다. (주소가 잘못 기입됐다면) 고객이 잘못 입력했을 때 뿐"라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영향으로 마트·쇼핑몰 등 소매점과 음식점·카페 등 매장 이용이 줄고 배달·택배가 대폭 늘었다. 배달·택배시장이 ‘코로나 특수’를 맞아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덩달아 배달원에 대한 ‘갑질’도 증가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1%포인트 증가한 161조1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상품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7.2%로, 두 수치 모두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판매 상품군별로 보면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전년보다 78.6%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음·식료품과 생활용품 거래액이 그 뒤를 이었다. 통계청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가정 내 생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용자가 급증한 만큼 택배기사와 음식 배달원에게 갑질을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서울의 한 어학원 직원이 배달원에게 "공부 잘했으면 배달을 하겠어요?"라고 막말을 한 녹취록이 온라인에 퍼져 공분이 일었다. 사건은 자신을 한 배달대행업주라고 밝힌 C씨가 지난 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어학원 직원이 배달 받을 주소를 잘못 기재해 배달원이 두 번 배달을 가게 되면서 추가 배달비가 발생했다. 배달원이 돈을 달라고 요구하자 어학원 직원은 ‘현금이 없다’며 배달원을 10분 가까이 기다리게 했다. 다른 배달이 밀린 배달원이 강사를 찾아 학원 내부로 들어갔고 강사는 불쾌함을 드러내며 돈을 건넸다.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직원은 돌연 배달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을 했겠느냐" "그냥 오토바이 타고 ‘부릉부릉’ 하면서 놀면서 문신하면서 음악 들으면서 다니지 않느냐" "회사에서 인정받고 돈 많이 벌면 그 짓을 하겠느냐"라며 폭언을 쏟아냈다. 당초 강사로 알려졌던 이 직원은 학원의 셔틀버스 도우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엔 ‘변호사 부부의 갑질’이라는 제목의 고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D씨는 국밥 2그릇과 소주 2병을 주문 받아 직접 배달을 갔다. 문 앞에 두고 가달라는 요청을 받은 D씨가 "술이 있어서 직접 받아주셔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는데, 그는 주문자로부터 "무식함이 도를 넘는다" "예의 없으면 바르게라도 살아라" "배달도 분수에 과분한 직종 같다" "무식한 사람을 매로 다스려야 한다" 등의 막말을 들었다.
이러한 갑질은 고객의 막말이나 폭언 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주거지역 단위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노동자 노조 라이더유니온이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과 인천·광주·부산 등 4개 시·도의 조합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갑질 사례를 제보 받은 결과 ▲도보배달 ▲화물 엘리베이터만 탑승 ▲지하주차장만 이용 가능 ▲신분증 보관 요구 ▲헬멧 탈모 등 갑질 유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일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된 아파트 103곳의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해 문제 개선과 정책 권고를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도 지난 2일 서울시내 아파트 76곳과 빌딩 7곳의 갑질 실태를 공개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여름 장마철에는 ‘로비가 물바다가 된다’며 우비를 벗게 하고, 겨울에는 ‘패딩점퍼 안에 흉기를 숨길 수 있다’며 옷을 벗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배달근로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며 "배달근로자에게도 감정노동자보호법을 적용하는 등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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