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진보한다는데 왜 불행은 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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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은 거의 신앙과 같다.
세상이 점점 좋아진다는 말은 인류의 자기 기만인 걸까.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찰스 다윈 등 세계적 학자들이 내놓은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이 근거다.
문명에 반기를 드는 저자의 도발적 주장은 인류의 진보를 믿는 독자들에게 반감을 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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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은 거의 신앙과 같다. 음식과 물자가 넘쳐나고 기술의 발달이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세상이지만 많은 이들이 불안감과 박탈감, 우울증을 달고 산다. 주위엔 행복하다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세상이 점점 좋아진다는 말은 인류의 자기 기만인 걸까. 인류의 평균 행복지수는 오히려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문명화가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뜻의 자극적인 원제(Civilized to Death)가 암시하듯 저자는 동굴에서 잠을 자고 생존 자체를 위해 수렵채집을 하며 살았던 문명 이전의 사람이 훨씬 행복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혼자만의 ‘뇌피셜’은 아니다.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찰스 다윈 등 세계적 학자들이 내놓은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이 근거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가 농사를 짓기 전 수렵채집인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위아래 없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누고 협동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문명의 발전을 이룬 혁명으로 꼽히는 농사는 되려 부의 축적을 기반으로 계급과 불평등, 장시간 노동을 조장했고 폭력, 차별, 경쟁, 불안, 억압, 전쟁을 야기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데 문명이 발전하면서 이타적이고 관대해졌다는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의 주장을 뒤집는 생각이다. 현대인들이 원시시대 사람들보다 건강하다는 주장 또한 농사를 시작한 인류가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이용하면서 다양한 전염병에 시달리게 됐다는 점을 들며 반박한다.
책의 대부분은 문명이 어떻게 인류를 병들게 했는지 증명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제 와서 문명을 거부하며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저자도 모르진 않는다. 다만 수렵채집인의 사고방식을 현대인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수직적인 기업 구조를 수평적으로 만들고 전쟁에 쓸 돈을 모아 전 세계적 차원의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는 식으로 말이다. 사회 발전의 가장 효과적 도구가 ‘동료 네트워크’라고 주장하는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의 아이디어를 가져오기도 한다.
문명에 반기를 드는 저자의 도발적 주장은 인류의 진보를 믿는 독자들에게 반감을 살지 모른다. 하지만 빈부격차의 심화, 젊은 층의 자살률 증가 등 현대사회의 각종 병폐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든 아니든 “선조의 뿌리와 본성을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깨닫고 존중하고, 그들을 본받는 미래에 조금씩 가까워져야 한다”는 말만은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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