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격 안한다더니" 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재개에 포항 주민 반발집회
[경향신문]
주한미군이 4일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재개하자 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는 이날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앞에서 주민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군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사격장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김정재(국민의힘)·김병욱(무소속) 국회의원과 경북도·포항시의원들도 참여했다.
주민들은 집회 중 국방부장관, 한미연합사령관 직책을 쓴 관을 올린 상여를 메고 사격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내부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앞서 집회가 열리기 전 주민 5명이 사격장 내부에 진입해 시위를 벌이다 군인과 경찰 등에 제지당해 밖으로 나왔다.
집회가 열리던 정오쯤 미군 아파치헬기 4대가 사격장 상공에서 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이에 흥분한 주민들이 함성을 지르며 상여를 짊어지고 사격장 진입을 다시 시도하기도 했지만, 군인·경찰과의 큰 물리적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국방부장관, 연합사령관 직책을 쓴 관에 불을 붙인 뒤 자진 해산했다.
주민들은 “국방부는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유예를 통보할 때 ‘주민과 협의 없이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훈련을 강행했다”며 향후 다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3일 포항시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사격장이 생긴 후 60여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묵묵히 참아온 지역주민들에게 약속을 저버리고 일방적 희생을 더이상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면서 “국방부는 주민과의 약속을 즉시 이행하고 헬기사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주민들과 협의하기 위해 국방부 차관 등 관계관이 수차례 방문해 대화를 시도했고, 계획한 사격을 2회 연기했지만 협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투준비태세 유지를 위한 아파치헬기 사격을 더는 미룰 수 없어 사격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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