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가입하던 달러보험 이젠 '너도나도'
환차익만 앞세워 파는 경우 많아
인터넷 보험설계사 블로그 등에 올라온 외화보험 광고다.
외화보험을 환테크 수단으로 소개하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등 전문가들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감독당국은 "외화보험은 기본적으로 환테크 상품이 아니라 보험"이라면서 "가입 시 제대로 알고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화보험이란 보험료의 납입과 보험료의 지급이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현재 10개 보험사에서 21종의 달러·위안화보험이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과거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 받았으나 저금리 장기화와 환율 상승 기대감, 달러자산 선호현상이 맞물리면서 판매가 부쩍 늘고 있다.
외화보험 가입 건수는 2017년 5355건에서 2018년 5만1745건, 2019년 7만8643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판매 금액도 2017년 3230억원에서 2019년 9690억원으로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7575억원 어치가 판매, 2019년 한해 판매액의 78%에 달한다.
하지만 외화보험을 환테크 수단으로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실례로 회사 퇴직 후 퇴직금 투자방안을 고심하던 이모씨는 한국보다 높은 외국의 금리를 적용하는 저축형 외화보험(공시이율 3.8%)에 퇴직금 전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0년 만기시점에 보험금을 수령했는데 보험기간동안 외국의 금리하락으로 공시이율이 1.0%로 뚝 떨어진 것을 알고 뒤늦게 후회했다. 이는 외화보험 가입 시 금리 변동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직장인 박모씨도 은행 창구에서 "외화보험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고 환율이 오를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외화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만기가 돼 보험금을 원화로 환전했는데 해당시점 환율이 가입시점 보다 하락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은 보험금에 실망했다.
외화보험은 환율 리스크에 민감하다.
보험료 납입 때 환율이 오르면 보험료 부담이 커져 손해를 본다. 반대로 보험금 수령 때 환율이 떨어지면 보험금 원화가치도 하락해 받을 돈이 줄어들게 된다. 더욱이 해외채권 수익률에 따라 지급하는 이율이 달라지는 금리연동형 상품은 금리 위험까지 떠안아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는 외화보험 특성과 위험요인을 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정인 알림서비스 제도' 를 활용해 외화보험이 가입자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판단하는 게 현명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외화보험을 환차익 투자상품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판매시점의 장점만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외화보험에 가입한 뒤 환율이 급락하면 계약해지 외에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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