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배달 갑질' 막으려면 라이더들에게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이주빈 2021. 2. 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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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배달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문제"
음식 배달을 하고 있는 한 배달노동자의 모습.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 한 학원의 한 직원이 배달노동자에게 폭언을 한 일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배달노동자가 겪는 ‘갑질’ 개선을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건은 지난 2일 고객 ㄱ씨가 배달 대행업체에 전화해 폭언하는 녹취 파일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녹취 파일에는 학원 관계자인 ㄱ씨가 “공부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밖에 없다”, “배달 기사들이 뭘 고생하나. 본인들 음악 들으면서 신나게 오토바이 타다가 배달해 가지고 3800원 더 벌고…”, “가정 있고 본업 있는 사람이 배달하는 것 못 봤다”, “(투잡인 배달노동자가)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면 그 짓 하겠나” 등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폭언의 이유는 배달노동자가 ㄱ씨가 주소를 잘못 적어 다시 배달하게 됐으니 배달료 3천원을 더 내야 한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서울시 동작구의 한 학원에서 수강생들의 통원버스 승하차를 돕던 직원으로 확인됐다.

해당 녹취에 ㄱ씨와 그가 근무한 학원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분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비하해도 되는 직업은 세상에 없다” “서비스직에서 일하면서 들었던 고객들의 갑질이 떠올라 숨이 막힌다” “배달노동자를 자신의 한풀이 상대로 삼은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학원 인터넷 지도에는 반성하라는 댓글 수천개가 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은 3일 입장문을 내어 “피해자와 라이더유니온이 바라는 것은 폭언한 손님의 진심 어린 사과”라며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사회적 비난을 자제해주고 학원에 대한 별점 테러와 악의적인 비난도 멈춰 달라”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나쁜 손님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산업안전보건법 41조를 가리키는 것이다. 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①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고객응대근로자”라 한다)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이하 “폭언 등”이라 한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하여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고객응대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고객응대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또는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배달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배달이 늘면서 업무 강도가 올라가고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도 늘었다고 호소한다.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등 배달노동자 단체들은 지난 1일과 2일 인권위에 갑질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내기도 했다.

한편 학원은 4일 학원 누리집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학원 대표는 사과문에서 “배달기사님에 대한 비하 발언은 어느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이번 일로 관련 업종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ㄱ씨가) 피해를 겪은 기사님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저희도 ㄱ씨에게 학원이 겪고 있는 엄청난 고통에 대한 막대한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원을 그만둔 ㄱ씨는 피해 노동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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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81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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