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도우려 산 그림 수억원대 '대박'
시인이자 사업가 김광균
김환기·최재덕 등 그림 구입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
구상 시인에 얹혀산 이중섭
보답으로 가족화 선물
백석 시집 '나와 나타샤..' 표지
화가 정현웅이 직접 그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은 김광균 전집에 나온 이 사진을 보고 그의 딸이자 매듭장인 김은영을 찾아갔다. 그림의 정체는 1951년 김환기 작품 '달밤'이었다. 부산 피난시절에 화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김광균이 김환기에게 구입한 그림이다. 달빛이 해변에 분홍빛으로 스며들고, 돛단배 2척을 짙푸른 바다에 띄워 낭만과 서정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다.
김인혜 팀장은 "김광균은 자주 화가들과 술을 마시며 어울렸다. 잔뜩 취한 달밤에 자기 그림자를 따라가다 강물에 빠져 지나가는 군인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면서 "김광균이 '1930년대의 시는 음악보다 회화이고자 하였다'고 했을 정도로 그림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시를 썼고, 독학으로 서양미술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영복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와 협업한 김 팀장은 "캐면 캘수록 계속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방대한 자료가 나왔을 정도로 문인과 화가의 교유가 상상 이상의 예술 성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광균은 김환기를 비롯해 국민화가 이중섭, 월북화가 최재덕 등과도 끈끈한 사이였다. 화가들의 안 팔린 전시작을 김광균 사무실에 놓고 가면 구입해줬을 정도로 인심이 넉넉했다. 어려운 화가들을 돕기 위한 산 이 그림들 상당수는 지금 현재 수억원대에 팔린다.
이중섭은 오랜 친구이자 시인 구상의 집에 얹혀 살기도 했다. 1955년 1월 개인전이 실패하자 절망에 빠진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아내와 연락마저 끊고 경북 왜관의 구상 집에 머물렀다. 이번 전시작 '시인 구상의 가족'은 그 보답으로 선물한 그림이다. 자전거를 사서 아들을 태워주는 구상을 부러워하는 이중섭 자신도 그렸다. 실의에 빠져 애용하던 붉은색 물감을 버리고 노란색 물감을 수없이 쌓고 긁어서 완성한 작품이다. 너무 즐거워서 목이 뒤집어진 아이만 예전 작품과 비슷하며, 사실적으로 인물을 그린게 특징이다.
김 팀장은 "그림에서 등지고 강가를 바라보는 소녀는 소설가 최태응 딸로 이중섭과 같은 처지였다. 의사 아내를 둬서 경제적 여유가 있던 구상이 친구들의 버팀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인과 화가의 작품이 실린 신문들을 도서관 열람대 72대에 올려 놓은 전시방식이 신선하다.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표지와 속지를 찍은 동영상을 함께 전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문예지 '현대문학' 표지에 실린 유명 화가의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955년 창간호를 비롯해 가장 많은 표지를 그린 김환기 '자화상' 등 20여점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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