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선구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

임형두 2021. 2. 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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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커크패트릭의 책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여성을 해방한다는 것은 여성을 남성과의 관계에 가둬놓기를 거부하되 그 관계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20세기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가 자신의 대표작 '제2의 성'에서 갈파했던 말이다. 1949년 출간된 이 책은 프랑스 가부장 사회에 떨어진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이후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는 명언도 널리 알려졌다. 여성이 선천적으로 태어난다기보다 후천적으로 길러진다는 뜻이다.

'제2의 성'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프랑스 여성들의 입지는 매우 좁았다. 투표권을 얻은 지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았고, 1965년까지는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은행 계좌도 마음대로 열 수 없었으며, 이혼할 권리나 피임·낙태 권리 또한 인정받지 못했다.

'제2의 성'은 출간과 동시에 극심한 공격을 받았다.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남성 지식인들은 "프랑스 남성을 우습게 만들었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바티칸 교황청도 곧바로 가톨릭 금서 목록에 올렸다.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와 당시로선 파격적인 부부 관계를 형성했다. 서로를 가장 중요한 상대로 여기되 자유로운 연애를 허용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 또한 보부아르의 사상과 도덕성을 깎아내리는 빌미로 이용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철학·윤리학 교수인 케이트 커크패트릭이 2년 전에 집필한 책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은 이처럼 파격적인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저자는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다른 연인에게 보낸 편지, 학생 시절 일기 등 비공개 자료, 양녀 실비 르 봉과 한 인터뷰 내용 등을 토대로 여성해방운동 선구자의 행로를 복원해냈다.

"보부아르는 생애 후기 자서전에서 자기 능력을 의심하는 비판에 맞섰고, 사르트르를 만나기 전부터 독자적으로 존재와 무를 사유해왔으며, 사르트르와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지도 않았다고 명쾌하게 밝혔다."

저자의 말처럼 보부아르는 자신만의 독보적 사유를 전개하며 인생행로를 당당히 걸어갔다. 그에게 남편 사르트르는 견줄 데 없는 사유의 친구였고, 지적인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동반자였다.

하지만 세간의 오해와 비판은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보부아르의 이력에 걸핏하면 '사르트르의 파생적 분신'이라거나 '충직한 제자'라는 수식어가 나붙었다. 심지어 기념비적 저작인 '제2의 성'조차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1943년 출간)에 의존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때 남성 중심주의 보수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프랑스에서 1967년 피임이 합법화하고 1975년 낙태 역시 합법화하는 '베유 법'이 제정된 데도 보부아르의 공헌이 컸다. 저자는 "보부아르의 낙태 옹호가 '선택'뿐 아니라 권력, 책임, 정의의 문제까지 불러일으켰다"며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한동안 여성으로서 타자임을 느꼈던 보부아르는 1960년대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타자임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바로 늙음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이론적 저작 '노년'(1970년 출간)을 통해 생물학, 민족학, 역사학적으로 노년을 깊이 들여다봤고, 노인 차별과 성차별이 얼마나 자주 결합하는지 탐구했다.

미공개 보부아르 이야기를 끌어낸 최초의 전기인 이번 책은 그녀가 사르트르를 만나기 전에 이미 여성 지식인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자유의 철학을 독자적으로 전개하고 옹호한 자초지종의 발자취도 차근차근 더듬어 간다. 저자는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의 철학과 사랑을 비판하면서도 51년 동안 '견줄 데 없는 친구이자 동지'로 함께했다며 이렇게 기술한다.

"보부아르의 사유는 동시대인들에게 근본적 도전이었고, 으레 묵살당하고 조롱과 멸시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정신의 가치와 생산성을 인정하고 믿었기 때문에 사유하고 글 쓰는 삶을 선택했다. 열아홉 살에 이미 '내 삶에서 가장 뜻깊은 부분은 나의 생각들이다'고 일기에 썼고, 그 뒤 59년을 살면서 이뤄낸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78세의 보부아르는 여전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정신'이라고 했다."

이세진 옮김. 교양인 펴냄. 588쪽. 2만8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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