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성숙도 전 세계 23위..북한 최하위
북한, 2006년 이후 줄곧 최하위
방역 조치 강화되며 세계 민주주의 악화
한국이 5년 만에 ‘결함 있는 민주국가’에서 ‘완전한 민주국가’가 됐다는 영국 조사기관의 평가가 나왔다. 민주주의 성숙도는 전 세계 167개국 중 23위를 기록했다.
2일(현지 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0(Democracy Index 2020)’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수준은 10점 만점에 8.01점을 받아 전 세계 23위에 올랐으며, 대만·일본과 함께 ‘결함 있는 민주국가’에서 ‘완전한 민주국가’로 올라섰다.
EIU는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정부 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국민 자유 등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해왔다. 이를 토대로 8점이 넘는 국가는 ‘완전한 민주국가’,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국가’, 4점 초과∼6점 이하는 ‘혼합형 정권’,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 등 4단계로 구분했다.
2008년 이후 줄곧 완전한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한국은 2015년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된 후 2019년까지 이 지위를 유지했다. 즉 이번에 5년 만에 최상위권 그룹에 재진입한 것이다. 한국은 항목별로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에서 9.17점, 정부 기능과 정치참여에서 각각 8.21점과 7.22점을 받았다. 정치문화에서는 7.5점, 국민 자유에서는 7.94점을 받았다.
북한은 전체 평균 1.08점을 받아 전년과 마찬가지로 전체 최하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2006년 이후 단 한 번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위권에는 북유럽 국가들이 포진했다. 노르웨이(9.81점)가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아이슬란드(9.37점), 스웨덴(9.26점), 뉴질랜드(9.25점), 캐나다(9.24점), 핀란드(9.20점), 덴마크(9.15) 순으로 뒤따랐다. 주요 아시아국의 점수는 대만(8.94점·11위), 일본(8.13점·21위), 한국, 말레이시아(7.19점·39위), 인도(6.61점·53위), 필리핀(6.56점·55위)이다.
이중 대만은 전년 순위보다 무려 20계단 올라 조사 대상국 중 가장 큰 진전을 이루며 주목받았다. 반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이후 민주화 시위의 동력을 잃은 홍콩은 전년보다 12계단이나 추락한 87위를 기록하는 동시에 '결함 있는 민주국가'에서 '혼합형 정권'으로 분류됐다. 홍콩 프리프레스는 “홍콩의 순위는 싱가포르나 태국보다도 10여 계단 아래”라며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 시행 후 반체제 인사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의회인 입법회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7.92점을 받고 전체 25위에 올라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됐다. 미국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완전한 민주국가’ 명단에 있다가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말기인 2016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임기 내내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평가돼 왔다.
2020년 조사대상국 전체의 평균 점수는 5.37점으로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167개국의 약 70%인 116개국이 전년보다 점수가 하락했다. EIU는 이를 “민주주의의 심각한 악화”라고 진단하며 주로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EIU는 또 전반적으로 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서방국에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완전한 민주국가’ 명단에 아시아보다 유럽국이 더 많고, ‘권위주의 체제’ 명단에 아시아 국가가 7개국이나 있는 반면 유럽국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해 발표에선 일본과 대만이 한국과 함께 ‘완전한 민주국가’ 명단에 새로 진입했고 유럽의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EIU는 “코로나19 여파로 서방권에서 아시아 쪽으로의 글로벌 권력균형 이동이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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