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甲이던 완성차 업체, 미래차 시대엔 乙로 '상황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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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징적인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치)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감산(減産)에 나선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글로벌 IT 공룡 애플이 현대차(005380)에 애플카 생산 협력을 요청하면서 현대차그룹 주가가 동반 급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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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징적인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치)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감산(減産)에 나선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글로벌 IT 공룡 애플이 현대차(005380)에 애플카 생산 협력을 요청하면서 현대차그룹 주가가 동반 급등한 것이다.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이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업계의 갑(甲)으로 군림하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지위가 IT 업계의 을(乙)로 격하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IT 업체의 단순 하청생산 기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IT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은 도요타·폭스바겐·아우디·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한국GM 등 국내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GM은 전장용 반도체의 수급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8일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GM 측은 "반도체 수급 상황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생산 차질에 따른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페어팩스, 캐나다 잉거솔, 멕시코 포토시에서 자동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한 상태라 "당장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산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성국 기아 IR 담당 상무는 최근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는 생산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지만 3~6개월 정도 준비돼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반도체 수급난을 유발한 직접적인 요인은 지난해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 사태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가 IT 기기화(化)하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창문을 열고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것 외에도 엔진과 브레이크 제어,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차량용인포테인먼트(IVI)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면서 자동차가 가장 큰 반도체 소비재가 된 상황이 반도체 수급난을 불렀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하나의 컴퓨터로 변모하는 상황은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와 완성차의 지위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카메라·센서를 만드는 보쉬나 모빌아이, 자율주행 반도체 생산업체 엔비디아 등 전장용 부품 업체가 납품을 중단하면, 지금의 반도체 수급난처럼 완성차 업체는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라고 하면 완성차 업체의 주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로 여겨졌지만, 전장용 부품이 대거 탑재되는 미래차 시대에는 완성차 업체가 부품 업체에 의존하는 을(乙)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전기차 사업 합작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현대차그룹주(株)가 일제히 상승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에는 내연기관차의 핵심인 엔진을 만드는 완성차 업체가 산업의 주도권을 갖고 있었지만, 전기차나 자율주행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진 IT 업계가 완성차 업체에 일감을 주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나 자율주행 기술을 갖지 못한 완성차 업체는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공급받아 단순히 자동차를 조립하는 위탁업체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차 전환이 이어지는 상황은 완성차 업체에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차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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