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매은행 CEO 중징계..금감원-은행 충돌 재점화

박광범 기자 2021. 2. 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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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경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일 라임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징계안을 사전통보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당시 우리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각각 중징계인 '직무정지 상당'과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금감원은 여기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예고했다.

이중 손 회장은 현재 은행장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내용 뒤에 '상당'이 붙었다. 징계가 확정돼도 징계대상 직무인 은행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회장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재효력 발생일로부터 4년 간 금융권 임원 취업이 막힌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융권은 같은 사유로 징계 테이블에 오른 손 회장과 진 행장의 징계 수위가 다른 것을 주목한다. 손 회장이 지난해 DLF 사태로 한차례 문책경고를 받은 상태에서 또다시 징계 대상에 오르면서 징계수위가 한 등급 높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은 손 회장과 진 행장의 징계 수위가 다르게 결정된 건 각 은행 불완전판매 '행위자'의 징계 수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 행위자인 본부장이 최고 징계 수위인 '면직'을, 신한은행은 '직무정지'를 사전통보 받으면서 손 회장과 진 행장이 이들보다 각각 한 단계 아래인 '직무정지'와 '문책경고'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판매를 계속했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이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의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신한은행보다 높은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49조는 △거짓 내용을 알리는 행위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 △투자자로부터 투자 권유 요청을 받지 않았는데도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 △투자자가 거부했는데도 투자권유를 계속하는 행위 등을 부당권유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 판매사 중 단일회사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수위가 높은 징계를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판매은행 제재는 은행들에 대한 검사 결과와 징계양정 기준, 법적 검토 등을 거쳐 객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라임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자신들도 라임자산운용 사기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측은 "라임의 위법한 행태를 알면서도 상품을 출시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없다"며 "라임 사기 공모자도 아닌 우리은행이 펀드 부실을 알고서 이를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사전통보 징계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매중단 고객 대상 선지급을 결정하고, 무역금융펀드 전액반환 분쟁조정 권고안을 수용하는 등 피해자보호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향후 있을 제재심에서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손 회장에 대한 '중복규제' 논란을 덮으려 '부당권유 금지'라는 새로운 근거를 끌어들여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DLF 때보다 소비자피해가 훨씬 큰 라임펀드 사태의 징계 수위를 이전보다 약하게 할 순 없었을 것이란 점에서다.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그 책임을 금융사 CEO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사태를 제때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부 직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기까지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사태 이후로 금융사 CEO 제재에 대한 금감원의 스탠스는 명확하고, 이를 되돌릴 수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금감원 논리대로 직원 잘못이 내부통제 미흡 탓이고, 그 책임을 기관장에게 물어야 한다면 윤석헌 원장도 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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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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