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고령층 백신 효과 두고 유럽 시끌, 스위스는 승인 보류

[경향신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을 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백신 개발에 관여하고 이미 접종도 하고 있는 영국은 “고령층에도 코로나19 면역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독일·프랑스 등은 고령층에 대한 불충분한 임상시험을 근거로 고령층의 접종을 제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스위스 의약품 관리당국인 스위스메딕이 3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고령층을 제외하고는 백신 사용을 승인했던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전 연령에 대한 백신 승인을 보류한 것이다. 유럽 국가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를 승인하지 않은 나라는 스위스가 처음이다.

스위스메딕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현재까지 이용 가능한 자료들이 백신을 승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안전성, 효능, 품질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위스 당국은 북미와 남미의 추가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는 2월 말까지 백신 승인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로써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일부라도 제한하는 나라는 8곳으로 늘어났다. 앞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웨덴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이 허용되는 연령대를 65세 미만으로 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3상 임상시험 참여자가 대부분 젊은 층으로 65세 이상에 대한 시험 결과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한 발 더 나아가 백신 접종 허용 연령을 60세 미만으로 낮췄고, 이탈리아·벨기에는 이를 다시 55세 미만으로 낮췄다.

지난달 29일 유럽의약품청(EMA)은 “EMA의 과학 전문가들은 백신이 고령층에게도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55세 이상 고령 참가자의 백신 효과를 입증할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권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고령층에 대한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2상 시험 때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과를 충분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허용한 국가는 영국과 인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이다.

백신 접종이 진행중인 영국은 고령층에 대한 항체형성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의 청장 준 레인 박사는 BBC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6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 항체 형성이 부족하다는 근거는 현재로선 없다”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백신이 6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