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료 또 오른다..쌓인 돈 다 쓰고 적립금 '바닥'
"사회적 합의 통해 인상..상반기 내 재정건전화 방안 공개"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안 그래도 가뭄이 들었던 고용보험기금이 더욱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고용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는 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한다.
만일 정부가 올해 고용보험료를 올릴 경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고용보험료를 두 번 인상한 첫 정부가 된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료율은 지난 2019년 10월 월급여의 1.6%로 인상된 뒤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1999년 1.0%, 2011년 1.1%, 2013년 7월 1.3% 인상 이후로 무려 6년3개월 만의 보험료 인상이었다.
고용보험 제도가 1995년 도입된 이래 보험료 인상은 이같이 4차례 이뤄졌다.
고용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현행 보험료는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급여의 0.8%를 부담한다는 뜻이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직장가입자 기준 6.86%, 산재보험료율은 1.53%다.
문제는 이미 고갈 위기를 거듭하고 있던 고용보험기금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업 급증으로 더욱 매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흑자를 냈던 고용보험 기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다음 해인 2018년에 808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 2조877억원으로 적자가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6조~8조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보험의 '곳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도 2017년 약 10조원에서 지난해 7조여원으로, 2년 만에 약 3조원이나 줄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에 출석해 "중기적 관점에서는 고용보험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어 지난 3일 공개한 2021년 업무보고에서 "올해 상반기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전날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고용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적절한 시점에 시작하겠다"면서 "최근 지출 추세나 전망을 봤을 때 재정 건전화 문제는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 방법은 보험료율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고용부가 지난 2019년 요율 인상으로부터 2년 만에 또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기금 고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재정 악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기금은 문 정부 들어 3년 연속 적자를 보여 왔기에 '공공기금의 기금'이라고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왔다. 차입금 규모만 지난해 기준 약 4조7000억원이다. 올해도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빌려 올 계획이다.
이러한 공자기금 차입금으로 인한 이자만 올 연말까지 1330억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미 지난해 이자 221억원(이자율 연 1.365~1.432%)을 지급했다.
공자기금 차입금과 이자는 비록 같은 정부 안에서 오가는 돈이지만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이다. 공자기금 최대 예수 기간은 10년이다.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 빚에 의지하는 상태가 계속되는 한, 기금 재정의 악순환 고리가 돌아가는 셈이다.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만 아니라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고용유지 및 고용장려금 사업에도 쓰인다. 이밖에 모성보호사업과 내일채움공제 등 근로자 지원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실업급여 급증분이 사라진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 정부 들어 기금이 담당하는 사업의 '보장성'은 계속해서 강화돼 갔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의 가장 큰 축인 구직급여는 지난 2019년 지급액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까지 높였다. 수급 기간도 30~60일 연장해 120~270일로 늘렸다.
고용장려금 중 하나인 청년추가고용장려금도 기존에는 성장 유망 업종에만 주던 것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 급여는 지난 2017년에 첫 3개월 지원분을 2배로 인상했다.
그간 정부는 실업급여 등 가파른 기금 지출 증가세에 대해 '고용안전망 강화 정책' 때문이라고 밝혀 왔는데, 바로 그러한 정책이 4년 만에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된 것이다.
정부가 고용안전망 강화 정책을 되돌릴 수 없다면 고용보험기금이 담당하는 사업의 가지수를 줄여 기금 재정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고용부 안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나, 일반회계 사업 전환이 필요해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보험료 인상의 경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이에 박 차관은 "지난해 7월 노사정 협약 당시 기본적으로 보험료율 인상 방향으로 접근하되.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노사정이 함께 논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앞으로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봐가며 사회적 합의를 또 한 번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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