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바이든 취임후 한미정상 첫 통화, 긴밀한 소통·조율 출발점되길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현안을 논의했다. 32분간 진행된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이어서 주목됐다. 두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일 때인 지난해 11월 12일 첫 통화를 했으나 당시엔 짧은 대화에 그쳤다. 이번 통화가 두 정상 간 본격적인 소통의 시작인 셈이다. 지금은 한미 정상 간 밀도 있는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장기화와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미국 대통령 교체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통화는 역대 사례를 봐도 꽤 늦은 편인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14일 만에 이뤄졌다.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중 정상 통화가 앞서자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소통의 지속성과 충실도라고 봐야 한다. 두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는 대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현안의 무게만큼이나 이른 시기에 대면 정상회담이 성사될 필요가 있다. 한미 정상의 현안 조율 시급성 인식과 코로나19 상황 진전 등으로 하루빨리 정상회담 개최 여건을 만들어가야 한다.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이론의 여지 없이 한반도 비핵화 과제다. 이번 통화에서도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대응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 공유가 있었다.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자는 문 대통령의 말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며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두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백악관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두 정상이 긴밀한 대북 조율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차별화된, 더 까다로울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대북 전략을 공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법을 성안하지는 않은 듯하다. 상호 선입견과 이에 따른 일방주의적 판단이 앞서지 않도록, 한미 간 소통과 조율이 매우 긴요한 때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미국 우선주의와 돈을 동맹 가치에 앞세운 정책이 재발해 소모적인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자주의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지나친 동맹 만능주의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국제 정세에 관한 두 정상의 대화도 향후 양국 간 의제의 성격을 가늠케 한다. 두 정상은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을 넘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고,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극복 협력, 미얀마 쿠데타 우려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동맹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공언하는 만큼 요구하는 수준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의 적극 개선은 물론이고, 미중 갈등 격화의 와중에서 중국 견제와 압박에 동참해달라는 주문 등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미국에는 사사건건 부딪치는 패권 경쟁국이다. 중국을 대하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적지 않은 분야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동맹의 중요성과 경제적인 국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지혜롭게 찾아가는 노력이 긴요하다. 이런 딜레마는 한미 동맹의 재정립 과제와 맞물린다. 문 대통령은 통화 직후 SNS에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정상 간 첫 통화 소통이 시대 변화에 걸맞게 한미 동맹을 진화시키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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