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잇따르는 '교통섬'..대다수 "위협 느낀다"
지난 31일 밤, 충북 청주의 한 교통섬에서 시민 3명이 오토바이에 치었다.
■ ‘교통섬’ 덮친 오토바이… 일행 3명 봉변
지난 31일 밤, 충북 청주시 용암동의 한 왕복 6차선 도로를 달리던 18살 A 군의 배달 오토바이가 교차로로 진입하다가 갑자기 넘어졌습니다.
오토바이는 10m가량을 미끄러지더니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 3명을 잇따라 치었습니다.
당시 일행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교차로에 설치된 삼각형 모양의 ‘교통섬’ 안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오토바이에 봉변을 당한 겁니다.
이 사고로 A 군 등 4명이 다쳐,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A 군이 야간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몰고 교통섬과 상가 보도블록 사이를 달리다가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경찰은 A 군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 도시 개발로 여기저기 설치… “안전 무방비에 사고 잇따라”
사고가 난 교통섬에는 조경용 화단만 조성돼있을 뿐, 오가는 보행자를 보호할 안전 울타리나 저속 운행을 유도하는 과속 방지턱, 단속 카메라는 없습니다.
취재진과 사고 현장을 둘러본 하승우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연구교수는 “해당 교통섬 구간에서는 우회전 차량이 신호 대기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교통섬이 커브 길에 위치해 가로수 등으로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식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야간에 운전자가 색을 구분할 수 있는 시인성을 확보할 시선 유도봉도 없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교통섬에서는 사고도 잇따릅니다.
지난해 12월,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의 한 교차로에서 18살 A 군이 몰던 승용차가 교통섬을 들이받고 전복돼 운전자 등 5명이 다쳤고, 2019년에는 인천시 서구 가정동에서도 60대가 몰던 승용차가 교통섬을 충격해 5명의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실태 점검’ 지지부진… 시민 대다수 “위협 느낀다”
상황이 이렇자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전국 시·군 등 도로관리청에 ‘교통섬 개선 지침(가이드라인)’을 내려보냈습니다.
지자체가 사고 우려가 큰 교통섬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만들라는 취지에서였는데요.
이 지침에는 보행과 통행 안전성을 8개 항목으로 나눠 ‘양호’와 ‘불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라는 체크리스트도 포함돼 있습니다.
어린이나 노인 보호 구역 등 보행자 안전이 우선시 되는교통섬은 ‘철거’를 검토하고, 철거가 어려우면 속도 저감 시설을 설치해 보행 안전성을 개선하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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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사고가 난 교통섬을 관리하는 시청의 한 관계자는 “공문만 받아 각 구청에 내려보냈다”며, “실태 점검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교통섬을 철거하려면 도로교통공단, 경찰서 등과 합동 점검해 결정할 사항이라,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고도 해명했습니다.
도심 교차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교통섬은 도시 개발에 따른 도로 확장으로 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 고려 없이 원활한 차량 흐름에 치중돼 설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전국 7천 2백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9%가 교통섬을 지날 때 “ 차량의위협을 느낀 적이 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수많은 보행자는 오늘도, 교통섬을 가로질러 씽씽 달리는 차량 사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갑니다.
사후약방문의 땜질식 개선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절대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번 사고의 교훈입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철저한 실태 조사와 현장 개선이 시급합니다.
송국회 기자 (skh092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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