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다른 전문가의 입 막지 마세요..한국기자협회·한국과학기자협회 입장문 발표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기자협회는 최근 인터넷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항체 치료제 효능에 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한 과학자들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이위협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 것과 관련해 자제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와 동시에 두 협회 회원 기자들이 소속된 일부 매체들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보도자료나 주관적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과 관련해 자제를 요구했다.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기자협회는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과학적 전문 보도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과학기자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이달 2일 비대면 방식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백신, 임상 전문가들 3명이 참여한 가운데 최근 변이 바이러스 현황과 백신 접종 대비에 필요한 현안을 묻는 과학이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전문가로 참여한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센터장은 그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개발되고 있는 항체 기반 치료제 한계를 언급했다. 항체 치료제의 일부 효능은 인정되지만 변이 바이러스를 비롯해 여러 가지 한계가 있고 코로나19를 완치할 기적의 치료제는 아니라는 지적을 내놨다. 이는 최근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주식시장에서 효능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지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관련 토론회 직후 관련 내용이 기사를 통해 소개되자 해당 과학자와 소속 기관에 전화공세와 인신공격에 가까운 욕설이 섞인 이메일이 쏟아졌다. 

이들 협회는 입장문에서 “과학자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발표한 내용을 객관적 토론이나 문제 제기가 아니라 감정적인 압박을 가하면 코로나19 대응에서 전문가들이 자신의 식견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상식적인 절차가 아닌 항의 메일과 전화 공세를 당한 과학자는 정확한 정보를 발표하는 일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자의 입을 막는 행동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일이며 앞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전문 학술 단체와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협회는 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일부 제약사의 주가 띄우기를 방조하는 보도 행태의 자제를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방역장비, 진단키트와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과 제약사의 개발 과정이 과도하게 언론을 통해 부풀려지면서 투자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협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코로나 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관련 보도는 철저하게 임상시험과 같은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회원 기자들에게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지 않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