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에 독점권 주는 획기적 난개발"..'공공집착' 25번째 부동산 대책
변창흠 장관 취임 후 첫 부동산 대책
재개발·재건축 수익 국가가 가져간다
신규 택지 어딘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해
정부가 4일 내놓은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은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공공 개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책은 주택을 지어 민간이 수익을 보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발생하는 수익은 국가가 전부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공공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획기적 난개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6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숫자가 실현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83만6000호는 서울 32만3000호, 인천·경기 29만3000호, 5대 광역시 22만호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지역에서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으로 9만3000호, 역세권 개발로 7만8000호, 저층주거지·역세권 등 도심공공 주택복합사업으로 11만7000호, 소규모정비사업으로 6만2000호, 도시재생 8000호 등의 공급방안이 제시됐다.
◇민간 이익 공공으로 흡수하는데...부족한 당근책
정부가 이날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힌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 직접 시행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주민 동의를 거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 등이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고, 사업·분양계획 등을 주도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제도다.
공공 직접시행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원에게 우선공급권을 부여하고, 장래 부담할 아파트 값을 기존 소유자산으로 현물선납한 후 정산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현물 선납을 하지 않고 우선공급을 희망하지 않는 조합원(토지 등 소유자)의 자산은 현금보상 등으로 수용하고, 현행 정비사업과 같이 추후 신축 주택을 양도 시 양도세를 과세한다.
공공 직접시행 방식으로 재개발·재건축이 되면 토지 등 소유권을 공기업에 넘겨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초과 이익 환수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정부는 이를 ‘혜택’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행법상 공기업은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므로 당연한 것임에도 특별히 고안해낸 정책처럼 소개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개발이익 사유화 방지가 목적이나 공공 직접 시행방식은 개발이익이 공공으로 귀속되므로 부담금이 미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민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개발 이익을 정부가 가져가는 대신 제시한 ‘당근책’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 방식에 참여할 유인으로 정비 사업의 주민 동의 요건을 4분의 3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했다. 또 초과 이익 환수를 면제하는 등 기존 민간 정비 사업 대비 10%~30%포인트(P)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식이 사업 추진이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공개발은 정부와 지자체가 개인이 보유한 재산을 강제로 낮은 공시지가로 수용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그것을 세원으로 쓰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토부 장관 바꾸고 대통령 사과 후 25번째 등장한 부동산 대책이 획기적 난개발로 공공기업에 독점권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사업지 공공 직접시행 참여 미지수
정비 사업의 주민 동의 요건을 4분의 3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만큼 반영이 안 될 가능성도 크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공공 주도의 공급 물량 확보에 의존한 나머지 기존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원주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 강남 등 주요 정비 사업지가 공공 직접 시행 재건축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기존에 추진한 공공재건축도 참가가 미미했고, 공공재개발도 참여를 선언했던 일부 지역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불참을 선언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 직접시행의 이점으로 신속한 행정 처리 방식을 적용시켜, 기존에는 평균 13년이 걸리던 정비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시키겠다는 목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 기간만 3년 이상 걸리는 상황에서 건설까지 5년 이내로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공개하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이 제기된다. 공급 물량을 늘려 잡느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양까지 포함시키면서 대책이 두루뭉술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통한 26만3000호 확보를 두고 "3기 신도시에 추가된 물량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택지는 확정됐지만, 미세하게 구역을 조정하거나 마지막으로 지자체와 합의가 남아있어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변 장관의 발표를 종합하면, 이번 대책에 담긴 신규 택지 공급 지역은 이미 발표한 3기 신도시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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