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31년만의 무죄.."가해자는 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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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곱 글자를 듣기 위해 정말 긴 시간을 돌아왔습니다.
미제로 남는 듯했던 사건에서 경찰은 1년 10개월이 지나서야 범인이라며 두 사람을 잡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가 증거로서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경찰 수사관들에 의한 고문 및 가혹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장동익 씨는 " 사과하면 용서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느 경찰관 하나 손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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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를 선고한다"
이 일곱 글자를 듣기 위해 정말 긴 시간을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거라고 믿어왔다는 최인철 씨와 장동익 씨.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그들은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습니다.
사건은 3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는 안 죽였어요"
돌아온 건 매질이었다고 했습니다. 1990년 1월 부산 낙동강변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여성은 성폭행까지 당한 뒤 살해됐습니다. 미제로 남는 듯했던 사건에서 경찰은 1년 10개월이 지나서야 범인이라며 두 사람을 잡아들였습니다. 결백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목소리를 짓밟았습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두 사람은 21년간 옥살이를 하다 2013년에야 모범수로 출소했습니다. 과거 이들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을 자신의 변호사 시절 가장 안타까운 사건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사건이 주목받으며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는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렇게 부산고법에서 열리게 된 재심에서 이들의 무죄가 끝내 밝혀졌습니다.
■법원 “허위자백 받기 위한 고문·가혹행위 이루어져”
부산고법 제1형사부는 오늘(4일) 선고 공판에서 두 사람에게 강도살인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관들이 이들을 연행해 조사한 후 귀가시키지 않고 보호실에 유치한 행위는 불법 체포 및 불법 구금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가 증거로서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하여 경찰 수사관들에 의한 고문 및 가혹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이 증인이라고 내세운 사람들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범인 식별 절차 자체가 위법했고 진술이 일관되지도 않을뿐더러 현장에 있었다는 사람들이 실존하는 인물인지조차 의심이 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재판부는 최 씨의 무면허 운전 등만 유죄로 보고 6개월 선고 유예를 내렸을 뿐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도 사과… 재심 청구인들 국가배상 소송 검토
국가 공권력의 폭력을 지적한 법원 역시 과거 재판 과정에서 잘잘못을 가려내지 못했다며 고개 숙였습니다.
재판을 맡은 곽병수 부장판사는 선고를 마치며 “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재심 판결이 피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에 보탬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재심 청구인들도 마침내 환한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심 과정에서도 끝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당시 가해 경찰관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장동익 씨는 “ 사과하면 용서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느 경찰관 하나 손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 역시 가해 경찰관들이 이제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바랐습니다.
이제 이들은 잃어버린 31년을 보상받기 위한 새로운 길을 내딛습니다. 청구인과 변호인은 당시 청구인들의 무죄를 입증할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위증 처벌받은 가족들을 위한 다른 재심을 청구하는 한편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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