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블랙핑크, 범 아메리카 시장 공략 성공이 시사하는 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놀라운 일이다. 블랙핑크의 첫 온라인 콘서트 ‘THE SHOW’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사실이.
전체 티켓팅 중 미국에서 판매된 비율은 무려 19.2%이다. 이는 K팝이 세계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에서 앞으로도 확장 가능함을 말해준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블랙핑크도 K팝 한류가수들의 기존 시장인 아시아를 넘어 범(凡) 아메리카 팬덤을 빠른 스피드로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태국, 필리핀, 일본, 멕시코, 한국, 홍콩,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캐나다, 영국 순으로 온라인 티켓이 많이 팔렸다.
한국 아이돌이 중국 시장 없이도 글로벌 가수로 크게 성공했다. 남미에서도 블랙핑크를 보고싶다고 10~20대 팬들이 난리다. 코로나19만 아니면 당장 날아가면 된다. 필자에게는 몇몇 외국인 기자가 취재를 위해 연락이 오는데, 그들이 최근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블랙핑크다.
블랙핑크(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2016년 데뷔 때만 해도 엄청난 가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화려하고, 힙하고, 웅장한 것 같은데 속은 약간 비어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런 공갈빵 걸크러시 분위기는 갈수록 내용물이 채워지면서 각종 최초, 최단, 최대 기록을 경신, 어느덧 세계적 그룹으로 성장했다. 힘이 잔뜩 들어갔던 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THE SHOW’ 멤버십 가입자는 28만여명으로 단숨에 K팝 걸그룹 라이브스트림 콘서트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현재 5680만명인데, 세계 1위 가수인 저스틴 비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제 블랙핑크는 미주 시장에서 롱런을 예고하고 있다. 그들이 쌓은 ‘아우라’가 확고부동해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기 걸그룹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매우 트렌디하지만 3~4년 큰 인기를 얻고나면 급속히 힘이 약화되는 범용(凡用) 그룹, 또 하나는 트렌드를 넘어 자기 색깔이 확고해 ‘아우라’를 지속적으로 팔 수 있게 된 걸그룹이다. 전자는 인기가 높지만 수명이 짧은 게 흠이다. 이런 그룹은 확 치고 나가다가 어느 순간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블랙핑크는 후자에 속한다.
블랙핑크가 그런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로제의 깊이가 느껴지는 그윽하고 감성적인 음색과 리사의 자신감 넘치는 랩과 댄스가 크게 기여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벌어 지수와 제니의 보컬을 많이 끌어올렸다. 특히 제니는 이제 솔로로도 강한 팬덤을 구축할 정도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서도 밝혔지만, 블랙핑크가 다양한 문화가 결합됐다는 게 글로벌 소비 환경에서 매우 유리하다. 아이돌 그룹에 외국인 멤버 한두명 끼워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태국에서 온 리사, 한국인이지만 각각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자라 영어가 자연스러운 로제와 제니, 산본에서 자란 토종 한국인 지수라는 조합은 세계 어디에 가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이런 모델은 글로벌 체제로 완전히 접어든 현 단계 한류 콘텐츠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블랙핑크는 앞으로도 더욱 강력해진 글로벌 팬덤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1년에 정규나 미니, 싱글 음반을 합쳐 3~4회 내고, 그 사이 끊임없이 SNS를 통한 일상(브이로그)과 메시지를 투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해인 2012년부터 9년간 해오고 있다. ‘성실소년단’이고 ‘뚝심소년단’이다. 팬들은 방탄소년단 만으로 1년동안 매일 매일 놀 수 있는 떡밥들이 있다. 그건 아미들에게는 일과이자 취미다. 그래야 팬들도 한 그룹만 생각하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일본 가수들은 음반을 하나 내놓으면 다음 음반은 언제 나올지 도깨비도 모른다. SNS 소통은 느리디 느리다. 이 점에서 10~20대 젊은 글로벌 소비력은 일본 가수와 우리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블랙핑크도 이미 방탄소년단처럼 글로벌 팬들이 연결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Kill this love’와 ‘How you like that’의 유사함 등 프로듀서 테디의 자기복제 등을 주의해 콘텐츠를 블랙핑크만의 스타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아메리카에서도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아메리카에서 한국 대중예술 문화인이 자주 얘기되는 건, 문화의 힘을 믿었던 김구 선생님도 가장 소망했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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