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녹취록 파문.. 거짓해명 사과에도 "사퇴해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측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가 ‘국회의 탄핵 논의’를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를 4일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던 김 대법원장은 이를 사실로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삼권분립의 한 축을 맡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야권에서는 김 대법원장 '탄핵론', '사퇴론' 등이 부상하고 있다.
■ 김명수 "사표 수리하면 탄핵 얘기 못한다" 발언
법조계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22일 김 대법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건강과 신상 문제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김 대법원장을 만났다.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은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한다.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된다”며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 부장이 사표내는 것이 좋다. 내가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면서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한다”면서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해인 윤근수 대표변호사는 “더 이상 침묵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도리가 아니고 사법부의 미래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도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돼 부득이 이를 공개한다”고 전했다.
■ 김 대법원장 사과에도 격앙된 법조계.. "직무수행 불가능"
논란이 커지자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과 관련해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적 없다는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녹음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사과에도 법원 내부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평소 민감한 사안에 말을 아끼던 판사들까지도 현직 대법원장이 거짓말 논란의 중심에 서자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넘어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법원의 A 부장판사는 “건강상 이유로 수척해진 모습으로 사직 의사를 전하러 온 후배 법관을 향해 본인 안위를 위해 불똥이 나한테 튈 수 있으니 사표를 반려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동료 판사들도 충격을 받았다”며 “이렇게 정치적 상황에 연연하는 분이 어떻게 판사들의 수장으로서 사법 독립을 수호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방 법원에서 근무하는 B 부장판사는 “평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론에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선 대법원장이 탄핵 언급이 없었다는 거짓말을 온 국민에게 한 것이 드러난 만큼 사법신뢰가 철저히 훼손된 것으로 봐야 하고 더 이상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목숨으로 수호해야 하는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 위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크게 잘못됐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데 관심없는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거취를 고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구자윤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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