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밤 되면 더 퍼지나요?".. 결국 문닫는 A씨의 울분

나은수 기자 2021. 2. 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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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영업제한 조치 이후 눈물 짓는 자영업자들.. "매출, 세토막 났어요"
퇴근시간대 회사원들로 북적거려야 할 광화문 인근 식당가는 썰렁했다. /사진=나은수 기자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조치도 벌써 59일째. 그만큼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바로 소상공인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이 연장된 식당가는 앓는 소리가 더욱 커진 상황. 머니S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도심의 식당가를 찾았다. 원래대로라면 퇴근 무렵 북적거려야 할 먹자골목은 추운 날씨만큼 썰렁했다.



"9시1분 되면 바이러스가 돌아다니나?"


종로3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40대‧남)는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밤에 손님이 몰리는 술집 특성상 밤 9시 이후 영업금지는 사망선고나 다름없어서다.

A씨는 "처음에는 정부를 믿고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어떻게든 견뎌내려 했다"며 "그런데 이 기간이 2달 가까이 이어지다 보니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현재 매출은 그야말로 처참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으로는 한달 임대료도 못 낸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의 방역지침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이러스가 8시59분에는 가만있다가 9시1분이 되면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냐"라며 "방역대책을 세울 때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더라면 더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왔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끝으로 그는 "정말 너무 힘들다. 영업제한 업종을 세분화하지 않을 거라면 정부가 1시간만이라도 영업 연장을 허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영동씨(26‧남)가 운영하는 식당이 저녁 8시쯤 텅 비어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연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나은수 기자
을지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최오규씨(60대‧남)도 한숨을 짓긴 마찬가지다.
최씨는 "9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7시면 사실상 손님의 발길이 끊긴다"며 "저녁 시간대 매출이 3분의1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점심에도 식당을 운영하는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저녁 장사만 하는 호프집이나 술집은 오죽하겠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최씨는 자신만 힘든 건 아니지 않냐며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영업시간제한을 풀어달라고 하고 싶다"며 "그런데 나만 힘이 든 건 아니지 않나. 힘든시기인 만큼 국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대에서 300명대로 줄지 않았나. 조금만 더 힘내서 밤 10시 이후에도 장사를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최씨는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최씨는 "국회에 계신 분들 보면 화가 난다.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들(국회의원)은 10원도 손해 보지 않는다"며 "국민 생계를 볼모로 의미 없는 정쟁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질책했다.

그는 "강제는 할 수 없겠지만 코로나로 피해를 보지 않은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특정 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조금씩 기부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실질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상징적으로라도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매출 세토막… 너무 가혹하다”


자영업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 토론회장 앞에서 영업시간 연장 등 방역대책 개선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거지역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컸다. 서울시 양천구의 작은 아파트 단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영동씨(남‧26)는 "종로, 강남 지역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음식점도 고충이 크겠지만 주거 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피해가 상당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씨는 "우리 식당의 주 고객은 퇴근 이후 집 앞에서 고기와 간단하게 한잔 하러 오는 동네사람들"이라며 "저녁 7시부터 밤 10시 사이가 가장 손님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부터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애매하게 9시에 문을 닫다 보니 방문 자체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정 시간을 기준으로 영업을 제한하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시간을 기준으로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기준을 9시 전후로 나누는 것보다 면적당 몇명 혹은 거리조정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저처럼 저녁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밤 9시 이후 영업을 하지 말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며 "매출이 반토막이 아닌 세토막이 났다"고 괴로워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견뎌보려 했던 김씨는 결국 이달 말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말 방역당국은 설 연휴 전이라도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일부 완화할지 발표할 계획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설 연휴 전이라도 이번주 유행 상황을 평가해 너무 엄격하게 방역 조치가 된 부분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지 이번주 중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다음주 관련 조치를 적용하려면 이번 주말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 방역지침을 지난 1일부터 2주 동안 연장했다. 다만 일부 시설의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 등은 1주일 동안 유행상황을 지켜본 뒤 재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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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마스크 착용 #건강한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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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수 기자 eeeee03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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