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南 원전폐쇄, 北 원전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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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 원전 건설을 검토한 내용의 문서가 공개돼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북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서는 발견 경위도 극적이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신내림' 받은 담당 공무원이 주말 야밤에 문서 수백 건을 삭제했고 이 중 10여 건이 북한 원전 추진 관련 문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원전 내용이 담긴 USB를 전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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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 원전 건설을 검토한 내용의 문서가 공개돼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북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서는 발견 경위도 극적이다. 산업부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을 감사하던 감사원은 관련 문서가 무더기로 삭제된 것을 발견한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신내림’ 받은 담당 공무원이 주말 야밤에 문서 수백 건을 삭제했고 이 중 10여 건이 북한 원전 추진 관련 문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모두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pohjois’라는 폴더에 저장됐다.
언론은 마땅히 정부의 북한 원전 제공 추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2018년 정상 간 도보 다리 대화 때 문재인 대통령 입 모양에서 ‘발전소’를 읽은 사실도 소환돼 그 신빙성을 높였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원전 내용이 담긴 USB를 전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정부는 집권 초부터 국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전 폐쇄를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런 정부가 그토록 ‘애정하는’ 북에 ‘안전치 못한’ 원전을 건설하려 했다니 사실이라면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야당은 북에 원전을 제공하려 한 행위를 ‘게이트’를 넘는 ‘이적 행위’라 공격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여당은 ‘지난 정권 자료’라는 단골 메뉴로 시작했다가 산업부가 부인하자 ‘추론이었다’며 바로 꼬리를 내렸다. 여당 대표는 정상회담 대화, USB 어디에도 그 내용이 없다며 ‘색깔 공세’라고 반격했다. 청와대도 강경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주장을 ‘구시대 유물 정치’로 규정했다. 정무수석은 이를 받아 “야당이 명운을 걸면 USB 공개도 검토하겠다”며 도박처럼 판돈을 올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명된 것은 문제의 문서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는 단서가 달린 게 전부다. 아무리 내부 검토용이라고 해도 서기관급 공무원이 정부 기본 방침과 정반대 내용의 문서를 ‘깡 좋게’ 작성한 것, 그리고 그 문서를 야밤에 몰래 삭제한 이유를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USB 공개’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거기에 이 내용이 없다고 면책될 수 없다.
수사에 준하는 철저한 해명 절차가 필요하다. 아직 범죄가 드러난 것이 아니니 특검보다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적절하다. 여당 대표가 색깔론이라 규정하고 대통령이 구시대 유물 정치로 몰아붙일 정도로 자신 있다면 국정조사든 청문회든 못 할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아무 해명 없이 ‘색깔론’ ‘구시대 유물’ 운운하며 뭉개는 것이야말로 구시대 유물이다. 문 대통령 말은 반만 맞다. 지금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인 건 맞지만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는’ 건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이지 언론·야당이 아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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