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공부하며 자진 격리" 재수기숙학원 이틀만에 마감되기도
김 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아들이 힘든 수험생활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터라, 처음에는 재수를 극구 말렸다. 올해도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몰라 대형학원이 지난해처럼 문을 닫고 비대면 강의를 하는 등 대학입시 공부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아들 스스로가 “올해는 어떤 분위기에도 휩쓸리지 않고 공부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고3 학생들이 ‘재수기숙학원’으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기숙학원이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까지 퍼지면서 접수 며칠 만에 등록이 마감되거나 대기 수요까지 생기는 실정이다.
4일 강남대성기숙학원에 따르면 21일 입소 예정인 이 학원 재수정규반 자연계반과 의대관 모두 올해 접수 시작 이틀 만에 마감됐다. 지난해는 한 달 동안 모집이 진행된 과정이다. 학원 관계자는 “현재도 대기 접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인문계반도 전년보다 빠르게 정원이 차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종로학원의 재수기숙학원도 정원 차는 속도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통학을 하는 일반 ‘재수종합학원’은 상대적으로 등록이 저조하다는 게 입시학원들의 설명이다. 이는 정부의 방역지침 영향이 크다. 현재 거리두기 2.5단계인 수도권 학원은 밤 9시부터 문을 닫아야 하고, 8㎡당 한 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거나 두 칸을 띄워 앉아야 한다. 이 때문에 재수종합학원은 격일제로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거나 반을 나눠서 한 반은 스크린을 연결해 들을 예정이다. 재수기숙학원도 스크린을 연결해 들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밤 9시 이후까지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수업을 할 수 없지만 대개 밤 11시 반까지 자습을 하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물어볼 수 있다.
여기에 재수기숙학원 입실 전 코로나19 진단을 거치는 것도 재수생들이 기숙학원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기숙학원은 방역지침에 따라 들어가기 전에 모두 코로나19 진단 검사하고 한동안 외출도 안 해서 오히려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방역지침에 따라 재수기숙학원에 입소하려면 ‘2일 이내 실시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학원과 집을 오가며 외부인을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것 역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는 장점으로 꼽힌다. 학부모 A 씨는 “지난해 300인 이상 대형학원이 문을 닫아야 했을 때도 재수기숙학원은 ‘학원 안이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재수기숙학원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집단생활인 만큼 재수기숙학원의 방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 학부모 B 씨는 “하루 종일 공부하고 먹고 자고 다 같이 하는 건데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전염 속도가 엄청 빠를 것”이라며 “특히 강사는 학원 바깥을 오가는 만큼 위험 요인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부모 C 씨는 “단체생활인데 모두 다 마스크를 잘 쓰고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 재수생 숫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 대학이 1학기에 비대면 강의를 하기로 결정한 만큼 ‘반수’를 결정하는 대학 1학년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이 늘고, 2022학년도부터 약대가 6년제 학부로 전환되면서 상위권 학생들 위주로 재수 요인이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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