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북한 원전 논란 끝내자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되고 원전 건설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추진체계, 세부적인 추진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필요.'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hwp' 자료 가운데 검토의견의 마지막 문구다.
자료의 제목만 보면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확정됐으며,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담고 있는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자료에는 수많은 고려사항이 있고, 한계점도 명확히 적혀 있다. 북·미 간 비핵화 조치 내용과 수준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서 구체적인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북·미 협상을 비롯한 수많은 난제가 해소된 뒤에나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자료 서두에는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이라는 점도 명시돼 있다.
산업부는 이 문서가 지난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는 입장이다. 또 입지, 노형,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리 등을 고려한 세 가지 추진방안이 있지만 장단점 비교에 그친다. 자료의 어디를 살펴봐도 북한 원전 건설이 실체적으로 추진되고 있거나 추진될 것이라는 해석은 불가능하다.
자료 작성 시점인 2018년 5월 14일은 제1차 남북정상회의에 이어 제2차 회담을 10여일 앞둔 시점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연이은 정상회담 성사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폭발하던 시기였다.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남북 교류가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정부 부처들도 소관 업무별로 다양한 남북 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또 검토했을 것이다. 그것은 공무원의 본분이기도 하다. 이 문건이 다른 상급 기관에 보고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건만 보고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고 단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에 하나 청와대에까지 문건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에 머물렀을 것이다. 문건에도 나와 있듯이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등과 공동으로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상황에서 비핵화 이전에 북한에다 원전을 짓는다는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치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급기야 '대북 원전건설 문건 의혹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 문건의 작성 경위와 청와대 보고 여부를 포함해 감사원 감사 방해, 시민단체 사찰 의혹 등을 망라해 다 뒤집어서 까자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명백한 사실을 비틀어 대북 원전 지원 의혹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을 그만하라”고 말했다.
야당은 문건 내용보다는 제목만을 '명백한 사실'로 해석하고 꼬투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제목에 있는 'v'를 'vip'로 해석하고, 이는 곧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서라는 주장도 나왔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정부에 이적행위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다. 대정부 질의를 앞두고 야당 내에서 반기업, 반시장경제, 반법치주의 외에 성폭행 프레임 씌우기에 집중하라는 논의가 이뤄질 정도니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국민들이 이런 프레임에 속아 넘어갈 것인지 아닌지는 곧 결판이 날 것이다.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북한 비핵화 및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 가능성에 대비한 다양한 검토조차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공무원에게 복지부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누구에게 부메랑이 될 것인지 잘 따져보자. 방향이 잘못되지 않다면 소극 행정보다 적극 행정이 더 낫다. 야당의 주장을 보며 침몰하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던 선내방송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지금 국회에는 불필요한 북한 원전 정쟁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는 정책 경쟁과 협치가 더 필요하다.
양종석 산업에너지부 데스크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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