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바이든과 '조속한 대북전략 마련' 공감..中·日 문제는 부담

김현 기자,최은지 기자,김상훈 기자 2021. 2. 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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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14일만에 첫 정상 통화..32분간 통화로 유대·신뢰 구축 계기 마련
한반도 비핵화 '긴밀 협력' 의견 모아..문대통령, 평화프로세스 재추동 분위기 마련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AFP) 2021.2.4/뉴스1

(서울=뉴스1) 김현 기자,최은지 기자,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전화통화를 가지면서 한미 양국 협력과 대북 전략에 대한 두 정상의 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의 국내 사정 등으로 오바마·트럼프 정부 때보다 한미 정상간 첫 통화가 늦어지긴 했지만, 이번 통화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유대와 신뢰를 쌓을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특히 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등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는 동시에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하기로 하면서 집권 5년차인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추동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

다만, 이번 통화에서 한일관계 개선과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협력이 거론되면서 문재인 정부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전화…유대·신뢰 구축 계기

우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통화를 가졌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이번 통화는 지난 21일(현지시간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14일 만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정상과 통화한 것은 지난달 2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이후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는 약 30분, 문 대통령과는 32분간 통화를 나눴다.

이전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다소 늦은 통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20일 취임 후 아소 다로 일본 총리(1월2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1월30일)에 이어 2월3일 이명박 대통령과 아시아 국가 중 세 번째로 통화했다. 2007년 1월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28일)에 이어 같은 달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했다.

통화가 늦어진 데엔 코로나19 사태 등 미국내 사정이 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앞두고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한 게 늦어진 배경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2021.2.4/뉴스1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2일 당선인 신분이던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가진 데 이어 또 다시 통화를 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유대감과 신뢰를 쌓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국민 통합과 더 나은 재건을 향한 비전을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축하와 성원에 감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서 '전례 없는 도전을 이겨내고 희망으로 가득 찬 미국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그 희망의 하나가 한국이다. 한미 양국 관계는 70년간 계속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이러한 관계의 강화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되는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만큼 정상회담이 양 정상간 신뢰와 유대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미동맹,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계속 발전…기후변화 대응 공감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포괄적 전략 동맹은 군사·안보 차원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로 확대하는 개념을 말한다.

이는 그간 민주주의와 인권, 다자주의를 강조해 온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공통된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화상으로 열린 '2021 세계경제포럼(WEF) 특별연설'에서 "이제는 다시 연대와 협력, 다자주의와 포용의 정신을 되살릴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 정상의 공감대는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이 일자리 창출 및 신산업 발전 등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준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우리의 그린 뉴딜 정책을 소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Δ세계기후정상회의와 P4G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Δ코로나 백신·치료제 보급 Δ세계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호혜적 협력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문대통령 "한반도 비핵화 공동 노력"…바이든 "긴밀 협력"

이와 함께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한 점은 의미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늠할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던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 것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어서다.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양 정상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공감한 것은 집권 5년차인 문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 집권 5년 차에 있기 때문에 제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마지막까지 남북·북미 대화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선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있어 한미간 '같은 입장'을 강조하는데 그쳐 앞으로 대북전략을 마련하는데 있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2021.2.4/뉴스1

◇한일관계 개선-중국 문제 대화 테이블에…문 대통령에 부담

이번 통화에서 한일관계 개선과 중국을 겨냥한 역내 한미일 협력이 화제에 오르면서 문 대통령으로선 과제를 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압박을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과거사 문제로 좀처럼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은 문 대통령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강창일 주일대사를 투입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정치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외면하고 있는 스가 총리에게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 정상이 통화에서 중국과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전임 트럼프 정부처럼 대중 압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미얀마, 중국 등 기타 지역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특히 양 정상은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백악관은 한일관계 및 중국에 대한 대화 내용은 발표문에 담지 않았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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