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김명수 거짓 해명 충격적..사퇴해야 할 것"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상 첫 법관 탄핵 표결을 앞둔 이날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 측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2021.2.4/뉴스1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임성근 판사 측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지난해 나눈 면담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오전 임 판사 측 변호인에 의해 녹취록이 공개되자 김 대법원장의 거짓해명이 문제되고 있다. 법조인들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스캔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년 넘게 임기가 남은 김 대법원장이 사퇴 압박을 받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5월22일 임 판사를 만난 김 대법원장은 국회 탄핵 논의 등 정치적인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건강 악화로 사표를 낸 임 판사에게 수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에 대해선 사과가 필요하다"며 "임 판사의 사표를 놓고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반려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회장은 "대법원장 자신이 사표수리를 하면 비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적절치 않다"며 "당시엔 100여명의 판사가 소환돼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임 판사가 사표를 내겠다는데도 굳이 반려해서 현재의 상황까지 초래한 것은 대법원장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사법부 위상 추락으로 이어진다면 김 대법원장이 책임져야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대법원장이 녹취가 된 사실을 모르고 거짓말로 모면해보려다 하루만에 들통이 났다는 건 법조계로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최근 법원 권위가 추락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법원장 스스로 사법부 위상에 악재로 작용한 꼴"이라고 평가했다.

전북 지역의 한 변호사도 "지역 법관들은 보수적이고 입이 무거운데도 오늘 녹취록 사건에 대해 판사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며 "차라리 입을 닫고 있지 왜 거짓말을 해서 일을 키웠는지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추진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당사자인 임 판사에게 했다는 말이 녹취록 그대로라면 물러나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지역 판검사들과 변호사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역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엄정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자리인데 일단 금방 거짓으로 드러날 거짓해명을 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며 "사법부 수장이 국회의 동향을 의식하고 정치권의 비판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는 정치로부터 가장 독립된 영역이어야 하는데 대법원장이 구성원의 거취 문제에 대하여 정치권을 의식하여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는 것은 이미 그 순간 대법원장으로서 권위가 끝난 것이라 생각한다"며 "김 대법원장은 법원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고 이미 형사고발까지 당한 상황에서, 사법부의 권위가 더욱 떨어지기 전에 자진하여 대법원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으로 명예를 지키고 사법부를 보호하는 길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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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