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책에 전문가들 "획기적 물량. 시장선 단기 불안 부추길수도"
‘2·4 부동산 대책’ 전문가 시각은
"역대급 공급, 중장기적으로 안정화 효과"
"단기에는 집값 안정보다는 상승 폭 둔화 수준"
"공공재건축 유인책 긍정적…시장 참여도가 정책 성패 열쇠"
정부가 2025년까지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6000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물량’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 주택 시장의 매매가격 상승세와 전세난 등을 단기에 잡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불안감에 집을 사들이는 추격 매수 심리를 일부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대책에서 공공이 직접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도입하면서 ‘재건축 부담금 면제’ 카드를 제시한 점에 주목했다. 정부가 공공 재건축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낸 당근책인데, 시장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부동산 대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4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공공주도 3080+ '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 가구, 수도권 61만 6000가구, 지방 5대 광역시 22만 가구 등 총 83만 6000가구를 신규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은 분당신도시의 3배, 강남 3구 아파트 가구 수를 합한 것과 맞먹는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 "시장에 영향 줄 수 있는 공급량…단기 불안 부추길수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주택 공급 물량이 향후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년간 한 해 16만7200호의 신규택지가 추가 공급되는 셈인데 현 정부 단일 공급대책으로는 역대급 공급량"이라면서 "지난 2015~2020년 6년 동안 서울 아파트 한해 평균 준공물량이 3만8687가구, 전국이 37만4941가구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파격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 지방광역시의 주택 가격 상승세와 전국적인 전세난 등 ‘급한 불’을 끄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그래도 시간이 걸린다"면서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 정비사업 등이 개발 호재로 인식되면서 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고, 이와 함께 청약 대기수요는 늘고 있어 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택 공급 확대 효과는 입주 시기에 이르러서 나타나면서 그때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공공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및 규제 완화로 사업 속도와 사업성이 개선되면 해당 사업지에선 이를 (집값 상승)호재로 여겨질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발표가 시장 안정화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추격 매수심리를 잠재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공정비사업 인센티브 전향적… 시장 참여도가 관건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민간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재건축 조합원에게는 2년 거주 의무 미적용,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현물납입 시 양도세 비과세 등을, 토지소유자에게는 기존 자체 사업 추진방식 대비 높은 수익률(10~30%p)를 보장하고, 아파트 상가 우선 공급을 보장하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민간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의 일부에 대해 최고 50%까지 현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를 유지하는 반면, 공공 정비사업 참여 시 이를 피할 수 있도록 해 민간의 개발이익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또한번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기존 재건축 단지들이 민간 재건축 사업을 포기하고 공공 주도 사업에 얼마나 참여할지에 주목한다.
박합수 위원은 "앞서 정부가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참여율이 저조하다보니 재건축 부담금 규제를 전향적으로 푼 것으로, 이는 재건축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인센티브"라고 했다. 그는 "이번 대책 발표로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부담금 면제’와 ‘공공 분양·임대를 통한 개발이익 배분’의 득실을 저울질을 하면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실행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책에는 현실적인 보완책도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시장의 참여와 주택 공급 가속화를 위한 방안을 내기는 했으나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있다"면서 "가령, 공공주택 소유주(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견을 가진 일부가 소송을 제기하면 공공 주도 정비사업 역시 제동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법적 분쟁이 불거져도 사업을 멈추지 않고 강행한다는 등의 별도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공공 정비사업 역시 계획대로 추진하는 게 어려울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공정비사업의 장점이 크긴 하나 여전히 공공대행 수수료와 임대주택 유형 및 배치, 분양가 산정, 건축설계와 기부채납 시설개방 등의 운영과 관련해 민간과 공공이 조율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사업 신속성의 매력이 크지만, 사실상 조합은 시공브랜드 선정 외 대부분의 기능을 공기업에 양도(주민대표회의 구성)해야 하므로 조합의 자율성과 사업의 고급화를 중요시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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