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독성물질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에 분담금 '면제'

사참위 요구에 감사원 감사..환경부, 면제사업자 잘못 결정

황전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이 지난해 6월16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분담금 관련 환경부 공무원 대상 첫 감사원 감사요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2020.6.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 피해구제 분담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독성 화학물질 포함 여부 등을 부실하게 조사해 분담금 부과 대상이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한 사업자를 면제사업자로 잘못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가습기살균제 분담금 면제사업자 조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런 내용을 포함해 3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지난해 6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분담금의 면제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환경부 직원의 업무 소홀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사참위는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사업자를 면제사업자로 선정한 점,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성분 분석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우선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에 대해 독성 화학물질 포함 여부 등을 현장조사하는 현장조사단을 부적정하게 편성·운영한 점이 드러났다. 현장조사는 환경부 소속 직원이 수행해야 하는데도, 환경부 A 과장은 현장조사 첫날인 2017년 3월15일부터 시보공무원(정규 임용 전 수습단계)만으로 사업자를 조사하도록 하는 등 조사자의 조사권한이나 조사역량의 적정성을 검토하지 않았다.

이에 분담금을 면제받은 12개 사업자 중 10개 사업자를 시보공무원(8개)이나 기술원 직원(2개)만으로 조사하도록 했다. 그 결과 현장조사에 따른 분담금 부과·징수 처분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분담금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면제 대상 사업자로 잘못 선정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또 분담금 면제사업자 조사도 소홀했다. 분담금 면제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Δ가습기살균제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1/100 미만 Δ소기업 Δ가습기살균제에 독성 화학물질 불포함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환경부는 일부 사업자에 대해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됐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증빙자료 없이 사업자의 진술만으로 독성 화학물질이 없다고 판단해 분담금 면제사업자로 결정했다.

일례로 환경부는 B 기업과 C 기업이 제출한 제품의 유효성분 자료에 독성 화학물질인 질산은(AgNO3)이 포함돼있는데도,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환경부는 분담금 부과 대상이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한 4개 사업자를 면제사업자로 잘못 결정했다.

또 B 기업과 C 기업에 원료물질인 질산은을 납품한 업체를 조사하지 않아 분담금 부과 대상인 원료물질 사업자에 대해 분담금 부과가 누락될 우려가 있었다.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앞으로 행정조사를 하면서 관계 법령에 따른 독자적인 조사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자가 조사대상자를 조사하지 않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 관련자 A 과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또 B 기업과 C 기업, 이들에게 질산은을 납품한 원료물질 업체를 조사하여 피해구제분담금을 부과·징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