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습기 살균제 정보 유출 환경부 공무원에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경향신문]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정부 내부 자료를 향응을 받고 제조업체에 넘겨준 환경부 공무원에 대해 대법원이 뇌물수수보다 더 무거운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를 추가로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대응 TF’에 근무하던 환경부 서기관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를 일부 무죄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2019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애경산업 측으로부터 식사나 금품 등 2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이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고서를 넘겨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가 넘긴 자료에는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평가 결과보고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등이 포함됐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다. 1·2심은 반복적으로 향응을 제공받고 내부 자료를 넘겨준 공소사실에 대해 대부분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해 유죄로 판결했다. 다만 마지막 두 건의 뇌물수수 이후에는 자료 제공 등의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수뢰후부정처사가 아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뇌물수수죄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수뢰후부정처사죄(1년 이상의 유기징역) 법정형보다 낮다. 수뢰후부정처사죄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된다.
대법원은 수뢰후부정처사는 반드시 뇌물수수 이후 부정행위가 이뤄져야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뇌물수수 도중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단일한 범죄 목적 아래 일련의 뇌물수수 행위와 부정행위가 있고 피해 법익도 같다면 마지막 뇌물수수 행위도 이전의 뇌물수수와 함께 수뢰후부정처사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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