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리한나에 격분한 인도 정부 "농민 봉기 지지 무책임"
[경향신문]
인도 정부가 가수 리한나 등 유명인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의 새로운 농업법에 반대해 석달째 이어지고 있는 ‘농민 봉기’를 지지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는 이유다.
인도 외교부는 3일 논평을 통해 “의회에서 충분한 토론 끝에 ‘농업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유명인 등의 선정적인 소셜미디어 해시태그와 댓글은 정확하지도 않고 책임감도 없다”고 말했다.
가수 리한나의 트윗이 촉발한 유명인사들의 인도 농민 봉기에 대한 관심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리한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인도 정부가 농민 봉기가 이뤄지는 뉴델리 주변 지역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왜 우리는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팔로워가 1억명이 넘는 리한나의 트윗은 빠르게 확산됐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몇 시간 뒤 자신의 트위터에 리한나가 공유한 것과 동일한 기사를 올리고 “우리는 인도 농민들의 저항에 연대한다”고 썼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조카인 미나 해리스 역시 “우리 모두는 인도 정부의 인터넷 중단과 농부 시위대에 대한 군사적 폭력에 분노해야 한다”며 농민 봉기를 지지하고 나섰다.
농민 봉기를 반대하는 인도의 유명인들이 항의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인도 영화계인 발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캉가나 라나우트는 “아무도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농부가 아니라, 인도를 분열시키려는 테러리스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인도 농민 봉기는 석달째로 접어들었다. 인도 농민들은 정부가 농업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새 농업법을 농산물 유통 민영화 법안이라 보고 반대하고 있다. 새 농업법은 정부가 그간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지원하던 보조금을 폐지하고, 농가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해 유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2억명 이상의 농민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새 농업법을 밀어부치며 농민 봉기를 소수 기득권 농민들의 반발로 치부하고 있다. 인도 외교부는 이날 논평에서 “아주 소수의 농부들이 이번 개혁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의 시위로) 인도 수도에서 폭력과 기물 파손이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외신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인도 정부는 인터넷 접속 차단은 물론 소셜미디어 검열도 추진하고 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1일 트위터에 새 농업법 추진에 반대하는 활동가, 정치 평론가, 영화 배우, 언론 매체 등 250개 계정을 차단할 것을 요청했다. 트위터는 이 요청에 따라 일단 이들의 계정을 차단한 후, 6시간만에 복구 시켰다. 버즈피드는 3일 “인도 정부가 이들의 트위터 계정 복구와 관련해 인도 트위터 직원들을 상대로 최고 7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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