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실 아냐"→"불분명한 기억"..해명·사과 정치인처럼(종합)

이장호 기자 2021. 2. 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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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법원장 "불분명한 기억의존 답변 송구"..거짓해명 사과
"탄핵 언급 없었다" 대법 해명에 임성근 측 면담 녹취록 공개
(왼쪽부터)김명수 대법원장, 임성근 부산고법부장판사.© 뉴스1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에 대해 거짓해명 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이 전날 관련 보도가 나오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지 하루 만에 "불분명한 기억"을 이유로 사과하자 법원 안팎에서는 마치 정치인의 판에 박힌 행태를 보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4일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던 기본 답변에서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록 내용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2020년 5월께 있었던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녹음자료에서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던 기존 답변에서 이와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다.

앞서 전날(3일) 조선일보는 지난해 임 부장판사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표를 내자 김 대법원장이 "내가 사표를 받으면 (임 부장판사가)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며 반려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은 직후 김 대법원장을 찾아 "몸이 아파 법관 일을 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냈다. 그러자 김 대법원장이 "지금 국회에서 (사법 농단 연루) 판사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사표를 받으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의 요청으로 지난해 5월 말 김 대법원장이 면담을 한 적은 있으나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며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입장이 나오자 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장이 법관 탄핵 이야기를 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해인은 "임성근 부장판사가 담낭 절제, 신장 이상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2020년 5월 22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직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도 보고했으며 대법원장과 면담하면서도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음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논의를 할 수 없게 되어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도 임 부장판사의 사표는 대법원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4일 오전 임 부장판사 측은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 내용이 담긴 녹취록 일부를 전격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이야기를 언급하며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들어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라며 "그중에는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 부장이 사표내는 것이 난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라며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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