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세기의 배터리 소송전', 최종 결과 앞두고 극적 합의 가능할까?

이정혁 2021. 2. 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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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오는 10일(현지시각) 두 회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이후 1년 만의 최종 결정이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다툼은 '세기의 배터리 소송전'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년간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거론되는 피해 배상금 규모가 커진데다 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받게 될 타격도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이에 따른 비용 및 여론 피로도는 상당히 누적된 상태다.

정세균 국무총리마저 지난달 28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소송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 미국 정치권도 빨리 해결하라고 한다. 정말 부끄럽다"며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분쟁을 끝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발언 이후 양사 모두 조기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동섭 배터리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든 소송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해결을 하지 못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정 총리께서 크게 우려를 표하신 것은 이같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만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면서 "논의할만한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양사는 작년 말부터 협상단을 꾸려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 제시한 배상금 격차가 워낙 커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예비 결정에서 승기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이 SK측에 영업비밀 침해로 2조80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반면, SK측이 제시한 금액은 1조원 미만의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배상금 격차가 줄잡아 2조원 이상 벌어진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SK측이 상장을 앞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주식 절반을 LG가 투자하는 형식으로 LG측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에 LG측은 "현재 SK가 제시한 배상금과 배상방식은 기본적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측은 "LG가 정확히 어떤 영업비밀을 얼마만큼 침해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높은 배상금을 요구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 보니 배상 금액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ITC 결과가 서로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합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ITC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에야 협상이 진척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소송에서 어느 한쪽이 져야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ITC 소송은 민사소송이어서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합의하면 즉시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다만 소송 결과에 따라서 배상금 규모와 합의 속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ITC 예비결정이 그대로 인용돼 SK의 조기 패소 결정이 확정되면 타격이 크다. 배터리는 물론 관련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내 수입이 전면 금지돼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지고 폭스바겐 등 미국 내 고객사에 대한 배터리 납품도 중단된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십조원의 물량을 수주한 SK측은 패소시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영업비밀 침해 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차기 물량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든 합의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ITC가 조기 패소 결정을 그대로 인정하되, 지역내 일자리나 경제에 미칠 영향 등 '공익' 여부를 추가로 따져보겠다고 하거나, 아예 예비 결정에 대한 '환송' 결정이 내려지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형국이어서 양측이 "서둘러 끝내는 게 낫겠다"는 대승적 결정이 없는 한 합의가 지체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소송의 종착역은 결국 양 사가 언제 합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의가 지연될수록 소송은 장기화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양 그룹의 총수가 나서 극적인 타협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특히 차기 서울상공회의소와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상의 회장에 취임하기 전에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만나 배터리 소송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 만남 자체에 대해서도 SK와 LG측 입장이 서로 다른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일차적으로는 이번 주말이 합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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