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아버지의 과격한 행동..혹시 '렘수면행동장애'?
[경향신문]
정상보다 파킨슨병·치매 발병위험도 높아
중장년층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수면환경 개선, 주변 가족의 세심한 관찰도 필요
# 직장인 김 씨는 자면서 심한 발길질과 함께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 때문에 걱정이다. 처음에는 심한 잠꼬대 정도로 생각했는데 함께 자던 어머니까지 휘두르는 발에 봉변을 당했다.
수면 중에는 뇌도 에너지를 아끼고 휴식에 들어간다. 그런데 수면에도 단계가 있어 뇌가 휴식하는 ‘비렘수면단계(약 75%)’를 지나면 뇌의 모든 부분이 활동적인 ‘렘수면단계(약 25%)’에 접어든다. 우리가 꿈을 꾸는 바로 그 단계다. 하지만 근육은 마비된 상태라 몸을 움직일 순 없다. 따라서 위 사례처럼 꿈의 상황을 실제행동으로 옮긴다면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해야한다.
■수면 중 발길질 등 과격한 행동 보여
렘수면행동장애는 근육의 긴장도가 저하되지 않고 남아 있어 움직이지 말아야 할 렘수면단계에서 꿈과 연관된 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대부분 싸우거나 쫓기는 꿈이기 때문에 소리 지르거나 발을 구르거나 발길질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인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우리 뇌에는 꿈에서의 행동을 실제로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억제회로가 있는데 렘수면행동장애는 이 억제회로가 손상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장년층에서는 뇌가 오래되고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퇴행성뇌질환의 일환으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치매 등으로 진행위험↑
따라서 전문가들은 렘수면행동장애를 심한 잠꼬대가 아닌 뇌질환으로 생각하고 빨리 치료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렘수면행동장애환자는 정상보다 파킨슨병과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보고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는 “수면센터에 방문한 렘수면장애환자들을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환자군의 9%가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은 지 3년 만에 파킨슨병 또는 치매판정을 받았고 해외에서는 렘수면행동장애환자가 5년 뒤 45%, 10년 뒤 80%가 파킨슨병 또는 치매로 진전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킨슨병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더라도 렘수면행동장애환자는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된다는 사실도 연구로 확인됐다”며 “특히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과 겹치면 산소가 부족해져 뇌가 손상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져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물로 치료 가능, 가족의 노력도 필요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렘수면행동장애의 경과를 늦출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으로의 진행위험이 높다고 진단됐다면 더욱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윤호경 교수는 “다행히 기능이 떨어진 뇌 부위를 대신할 수 있는 약물들이 있다”며 “다만 단기간에 완치되지는 않기 때문에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가정에서도 안전한 수면환경을 조성해야한다. 낙상방지를 위해 높지 않은 침대를 사용하고 주변에 다칠 수 있는 물건들은 싹 치운다. 환자의 주변을 푹신한 것으로 둘러도 좋다. 몸을 못 움직이게 묶는 방법도 있는데 골절위험이 있어 피해야한다.
배우자는 부상방지를 위해 침대를 아예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주변 가족들은 걸음걸이 이상, 손떨림, 기억력저하 등 환자에게 다른 동반증상은 없는지 평소 세심하게 관찰해야한다.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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