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 금융사 CEO 중징계.."파장 큰데 근거 약해"

양성희 기자 2021. 2. 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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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라임 펀드 사태’에 얽힌 금융지주, 은행 CEO(최고경영자)에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각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가 꼬여버렸다. 지배구조 불안정성, 행정소송 등으로 각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권 전반에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게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겐 ‘문책경고’를 각각 통보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주의적 경고’로 정했다.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는 중징계에 해당해 현직 임기가 종료된 뒤 3~5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점(왼쪽), 우리금융 본점/사진제공=각사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 은행의 지배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손 회장은 현재 자리를 지킬 순 있지만 DLF 사태 중징계도 더해져 부담이 커졌다. 금융회사 CEO가 중징계를 두 번 이상 받은 사례가 없다. 우리금융에서는 손 회장 이후 후계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손 회장이 현직을 떠나면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욱이 아직 ‘완전 민영화’가 진행 중인 터라 외부인사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등에서 외풍이 언제든 불 수 있다.

‘신한 2인자’로 불리는 진 행장은 3연임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지주 회장 도전에도 제약이 생겼다. 진 행장은 최근 금융권의 예상대로 무리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이 신한금융의 핵심 자회사라는 점에서 진 행장은 ‘포스트 조용병’으로도 꼽혀왔다. 조 회장도 신한은행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진 행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될 경우 신한금융은 ‘조용병 이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에 대해서 매트릭스 조직에 따른 책임을 물으면서 지배구조 전반에도 일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WM(자산관리) 책임자는 지주,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WM사업을 총괄한다. 이런 조직 체계 아래서 금감원은 조 회장도 내부통제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통상 지주에서는 큰 전략을 세우고 자회사들이 상품 판매 등을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구조인데 이번 중징계를 계기로 이러한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손 회장은 DLF 사태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뒤 이에 불복해 윤석헌 금감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CEO를 징계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인데 같은 논리로 라임 사태에 대한 소송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이 지난 3월 제기한 소송은 현재까지 1차 변론기일만 열린 상태로 진척이 느리다. 금융권의 불안정성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만약 금감원이 소송에서 진다면 금융감독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처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처벌 근거는 약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삼았는데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명시돼 있다. 펀드 불완전 판매를 문제 삼으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살펴야 하는데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규정을 내세운 건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CEO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금융사지배구조법을 명분 삼은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CEO 징계’로 가닥을 잡고 논리를 만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에 옷을 벗을 정도의 책임을 물으려면 법적인 근거가 분명해야 하는데 ‘내부통제 미비’는 해석이 분분하고 논리가 약하다”면서 “결과적으로 주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금융권 전반에 안정성이 떨어지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힘써야 하는 상황에서 악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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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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