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믿고 땅 다 내놓으라고?" 재건축 단지 반응은 '시큰둥'

고성민 기자 2021. 2. 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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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방식을 도입해 13만6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에 대해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당사자 상당수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에 정비사업을 맡길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정부 뜻대로 공급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4일 발표한 ‘2·4 공급대책’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주요 방안으로 내놨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LH·SH공사가 정비사업을 단독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소유주들은 기존 아파트 소유권을 LH·SH공사에 넘기고 새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부여받는다. 사업 추진 기간 동안 LH·SH공사에 땅을 넘기는 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 방식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입 정도가 크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공모 참여율이 25.9%라는 점을 감안, 서울 정비구역은 전체의 25%가 참여하고 인천·경기 정비구역은 12.5%가 참여한다는 등 예상으로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 그간 소유주들의 외면을 받아온 ‘공공재건축(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보다도 매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우선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재건축을 추진할 때 조합총회나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되고 지자체 통합심의 등이 적용된다. 정부는 기존 13년 이상 걸렸던 정비사업이 5년 이내로 끝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용도지역을 1단계 종상향 해주거나 용적률을 법적상한의 12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 주고, 조합원에게는 기존 정비사업 대비 10~30%포인트(p)의 추가 수익을 보장한다고 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면제되고,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도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LH·SH공사에 자산 소유권과 사업권을 모두 넘겨야 한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선택 폭이 좁아지는 데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중도에 사업을 중단하기도 어려워진다. 기대 수익도 정부 결정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의 A 재건축 준비위원장은 "결국 소유권을 공공이 모두 가져가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정부 말을 어떻게 믿고 소유권을 모두 맡기겠느냐"고 했다. 그는 "강남권 사업장에선 받아들일 곳이 없을 것 같고, 우리 사업장도 검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송파구 B 재건축조합장도 "공공에 땅과 사업 주도권을 모두 맡긴다면 조합원들이 쌍수 들고 반대할 것"이라면서 "인센티브도 특별하게 와닿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사업이 추진되려면 입법이 받쳐줘야 하는데, 아직 법안이 안 나와 추후 독소조항이 포함될 우려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법안이 나올 때까진 모두 관망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 C 재건축 준비위원장은 "정부가 재건축을 공공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만 기사로 봤고 세부적인 내용은 들여다보지 않았다"면서 "공공 방식으로 하는 재건축을 검토할 생각도 추진할 생각도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월 4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재개발 상담 관련 등의 내용이 적힌 모습. /연합뉴스

조합원들이 사업 도중에 차익을 실현하고 매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공공 직접시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해당 단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소유주들에게 우선공급권이 부여된다. 이후 매입한 사람은 우선공급권을 승계할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조합원 지위가 승계되지 않으면 기존 아파트 소유자들이 사업 도중 집을 팔 때 프리미엄(웃돈)을 붙이기 어렵다.

송파구의 A 재건축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보유세가 강화되면 어쩔 수 없이 매도하려는 조합원들이 생길 텐데, 일반 재건축이 아닌 공공 직접시행을 시행하게 되면 차익 실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공공 직접시행을 추진하는 소유주들은 완공 시까지 웬만해선 매도하지 않을텐데, 그렇다면 매물이 잠기며 매매시장에선 공급이 줄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공 직접시행이 기존 정비사업장들의 갈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조합원 과반 동의가 있으면 사업이 우선 시작된다. 이후 1년 이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지 못하면 사업이 자동 취소된다. 서초구 D 재건축조합장은 "조합을 흔들려는 반대 세력이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을 들고나오며 조합원들이 쪼개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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