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집 밥 먹으러 갔던 여동생이 그만.." 38년만에 가족 상봉
아동권리보장원 주선으로 경찰이 추적해 화상통화 상봉식
하지만 아버지는 그리던 딸 못 보고 4달전 폐암으로 세상 떠나
재회한 큰 오빠 "코로나19 종식돼 빨리 미국 여동생 보고파"
[수원=뉴시스]안형철 기자 = "동생이 평소와 같이 나섰던 그 길이 38년의 헤어짐이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습니다."
지난 3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는 38년 만의 가족 재회를 주선하는 화상통화 상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된 이모(41)씨와 이 씨의 모친과 큰오빠가 멈출 길 없는 눈물을 흘리며, 38년 묵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 씨의 큰 오빠(48)는 4일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어렸을 때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동생이 집이 있는 수진동(경기 성남시)에서 고모 집이 있는 신흥동으로 매일 밥을 먹으러 다녔다"며 "우리집과 고모집은 버스 세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인데 평소에는 동생이 똑똑해서 잘 다니다가 그날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 동생이 5살, 나는 10살이었는데, 동생이 헤어지고 경찰에 신고도 하고 오랜 세월 가족들이 동생을 찾아 헤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 씨는 버스 종점에서 한 여성에게 발견돼 인근 파출소에 맡겨졌고, 이후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이날 이 씨는 "어떤 아줌마가 자신을 버스 종점에다 데려다줬고, 그 기억 때문에 이후에는 자신은 버려졌다고 생각했다"며 큰 오빠에게 전했다.
이 씨가 지칭한 여성은 파출소에 신고한 사람이다. 30년 이상 오랜 세월이 지나 당시의 자세한 경위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 씨의 큰 오빠는 "절대 버린 게 아니다. 오랜 시간 찾았지만 당시에는 동생이 입양이 갔으리라고는 가족들이 전혀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외교부 의뢰를 받고 이 씨가 기억하는 불명확한 아버지 이름, 오빠 이름, 나이를 바탕으로 이 씨의 가족일 수도 있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1396가구를 대상으로 일일이 전화해 이 씨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씨가 희미하게 이름을 기억했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23일 급성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씨가 외교부에 가족을 찾기 위해 유전사 검사 신청을 한 것은 10월, 그리고 가족들이 화상으로 상봉한 것은 올해 2월이다.
38년 만의 아버지와 딸의 재회는 단 4개월의 차이로 영영 엇갈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잃어버린 딸을 차마 마음속에 지우지 못하고, 호적에 그대로 올려두었다.
이 씨의 큰 오빠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호적에 동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호적을 정리하기 위해 법원에 동생의 실종 신고를 했다"며 "그래서 처음 경찰에 연락을 받았을 때는 호적 정리 문제로 법원에서 연락 온 것으로 착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연락을 받고는 너무 놀랐다. 우리가 처음부터 너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입양은 꿈도 못 꾸고 살펴볼 생각도 못 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너무 후회된다"며 "입양기관에는 서류도 다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든다. 오랜 시간 우리 잘못으로 고생을 시킨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38년 만에 만난 동생은 당시 어렸을 때 모습이 사라졌지만 아버지 사진을 비춰봤을 때 똑같이 닮아 있었다.
어머니는 이 오랜 헤어짐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을 멈추지 못 했다고 큰 오빠는 전했다.
이 씨의 큰 오빠는 "화상 상봉에서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시고 계속 울기만 하셨다. 모두 내 잘못이라는 말만 되뇌셨다"며 "아무래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모 집에 밥을 먹이러 보낸 것 때문에 동생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미국에 가서도 파양을 2번이나 당하고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하늘 아래 자신 혼자인 줄 알았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씨 가족은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대로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이 씨의 큰 오빠는 "빨리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만나서는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시간 못 해준 만큼 다시 만나면 여행도 다니고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주고 싶다"고 희망을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ah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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