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누명 벗은 두 사람..31년 전 무슨 일 있었나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와 최인철씨의 모습. 사진은 지난해 1월6일 촬영./사진=뉴스1

경찰 고문에 못 이겨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 남성 2명이 재심에서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곽병수 부장판사)는 4일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최인철씨(60)와 장동익씨(63)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고문 받은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자백 내용에 대한 검증 절차가 2회 이뤄지면서 범행 흉기에 변동이 있는 점, 자백 내용도 변경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당시 고문·가혹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이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이날 최씨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와 공갈 혐의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공범으로 기소됐던 장씨는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4일 부산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 도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사건이다. 당시 괴한들이 차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던 연인을 습격한 뒤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했으며, 남성은 격투 끝에 도망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인근 갈대숲에서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살아 남은 남성은 경찰에 "두 사람이 차량 문을 열고 공격했고 강물에서 저항하다 테이프가 풀렸다"고 진술했다. 진술에 따르면 괴한들 중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나머지 한 사람은 키가 작았으며, 두 사람 모두 부산 말씨를 사용했다.

그러나 수사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이후 미제 사건으로 남겨지는 듯했던 이 사건은 1년10개월 뒤 북구가 아닌 사하구에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장동익씨와 최인철씨가 지난해 1월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에 앞서 취재진에게 당시 변호사 선임 서류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스1

1991년 11월 사하경찰서는 하단동 을숙도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에게 돈을 빼앗겼다는 신고를 받고 최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최씨를 임의동행해 경찰서로 데려갔고, 현장에 함께 있던 장씨도 연행했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모두 총 18건의 강도사건을 자백, 검찰로 송치됐다. 이후 검찰이 경찰에 보강 수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다.

당시 두 사람은 폭행, 물고문 등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 자백을 주장했으나 수사기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살인사건 진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두 사람을 변호하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 언론에 "변호사 생활 통틀어 가장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최씨와 장씨는 21년간 옥살이를 한 뒤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이후 2017년 5월 재심을 신청했고, 2년8개월 뒤인 지난해 1월 부산고법은 재심을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사람이 말하는 고문 장소와 방법 등은 당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반면, 수사관들은 진술을 번복했다"며 "30여년간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사법부 응답이 늦었다. 사법부 일원으로 재심 청구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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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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