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특허'를 담보로 돈 빌려 사업하는 시대..'IP금융' 2조원 돌파
[경향신문]
특허 등 지식재산(IP)으로 돈을 빌려 사업을 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 등이 지난해 지식재산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특허청은 2020년 한국의 지식재산(IP) 금융 규모가 2조640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2019년의 1조3504억원에서 52.8% 늘어난 것이다.
‘IP금융’은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지식재산의 가치평가를 거쳐 금융기관이 담보대출·보증대출·투자의 형태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IP금융의 대상이 되는 지식재산은 대부분 특허권이고 극히 일부는 디자인권 등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루어진 IP금융의 유형별 액수는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해서 실행하는 IP 담보대출 1조930억원,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IP보증 7089억원, 우수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기업 또는 지식재산권에 직접 투자하는 IP 투자 262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 등 지식재산이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경영난을 극복하는데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2020년 IP 담보대출을 받은 기업 16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기업(BB 등급 이하)에 이루어진 대출이 7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IP 담보대출액은 전년대비 2.5배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자금부족으로 특허기술 상용화를 포기하려던 중소·벤처기업이 IP 담보대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중소기업인 G사는 코로나19 백신물질 개발 관련 임상시험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출한도 초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유전자가위 특허 7건을 담보로 운영자금 20억원을 대출받아 백신물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IP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투자액은 전년 대비 35.6%(688억원) 증가했다. 특히 유망 특허기술 자체에 투자하는 IP직접투자액은 전년실적(113억원) 대비 4배 증가한 462억원으로 집계됐다.
박호형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앞으로 특허청이 금융시장에 고품질의 IP가치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IP금융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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