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정한 행위 후 받은 뇌물도 수뢰후 부정처사죄 해당"

이세현 기자 2021. 2. 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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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여러 차례 같은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경우, 부정한 행위 이후에 받은 뇌물도 수뢰후 부정처사죄에 포함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수뢰후 부정처사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수수가 부정한 행위보다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 하에 최씨의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수뢰후부정처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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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받고 가습기살균제 자료 유출한 공무원..대법 "다시 재판"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1.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공무원이 여러 차례 같은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경우, 부정한 행위 이후에 받은 뇌물도 수뢰후 부정처사죄에 포함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4일 수뢰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게 징역10개월 및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대응 TF(태스크 포스)' 피해구제 대책반 등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최씨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애경산업의 담당자로부터 200여만원의 저녁식사 대접, 선물 등의 뇌물을 받고 환경부 내부 문건을 건네준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뇌물을 받았고,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환경부 내부 분건과 주요관계자 동향을 애경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최씨는 또 가습기살균제업체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가능성이 높아지자, 애경 담당자에게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전문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반복해 지우도록 조언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과정에서는 최씨가 시간적으로 제일 마지막으로 저지른 부정행위를 그 이전의 뇌물수수의 대가로 봐 수뢰후 부정처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최씨가 마지막으로 부정한 행위를 한 일시는 마지막 뇌물수수 시점 이전인 2018년 12월"이라며 마지막으로 저질러진 부정한 행위는 수뢰후 부정처사죄가 아닌 별도의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면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씨의 행위로 환경부가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줄 것이라는 일반의 신뢰가 현저하게 훼손됐다"며 "수수한 뇌물이 총 200여만원에 불과하고 대체로 10만~20만원의 식사를 대접받은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와 203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2심도 "수뢰후 부정처사죄는 공무원이 뇌물수수 또는 제3자뇌물제공의 죄를 범한 후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 성립하고, 수뢰 등의 행위와 부정한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며 "부정한 행위를 할 것을 약속하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했더라도 이후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뢰후 부정처사죄에 해당하지 않고 뇌물수수죄에 해당할 뿐"이라며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면서 징역 10개월 및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203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2심 재판을 다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일정 기간 반복해 뇌물을 받고 부정한 행위를 했다면, 최후의 부정한 행위 이후에 받은 뇌물도 이전의 뇌물수수 등과 함께 수뢰후 부정처사죄에 포함해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수뢰후 부정처사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수수가 부정한 행위보다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 하에 최씨의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수뢰후부정처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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