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全) 경기 더블더블에 도전하는 박지수의 마음가짐

현승섭 2021. 2. 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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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이제 다섯 경기 남았다. 전 경기 더블더블이라는 대기록을 노리는 박지수는 최선을 다하되 무리하지 않고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청주 KB스타즈는 3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66-49로 승리했다. KB스타즈는 19승 6패를 기록하며 2위 아산 우리은행과의 승차를 다시 한 경기 차로 늘렸다.

박지수는 이날 경기에서 11득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 2블록슛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25번째 경기에서 25번째 더블더블.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28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박지수가 더블더블을 완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박지수는 삼성생명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박지수에게 몰린 수비를 팀 동료들이 잘 활용한 덕분에 KB스타즈는 36-17로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정작 박지수 본인의 기록은 좋지 못했다. 박지수가 골밑에서 밀려나 던진 슛은 링을 벗어났다. 박지수는 전반에 2득점 7리바운드에 그쳤다.

후반을 맞이한 박지수. 박지수는 절치부심한 듯 삼성생명이 미처 수비 진형을 갖추기 전에 적극적으로 골밑에 파고들었다. 3쿼터에 5점을 넣으며 감각을 살린 박지수는 4쿼터에도 허예은과 호흡을 맞춰 2점을 보탰다. 그리고 4쿼터 6분 17초, 최희진이 3점슛을 놓쳤고, 박지수는 리바운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11득점째, 더블더블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경기 전 안덕수 감독은 박지수의 대기록 도전을 앞장서서 지지했다. 안 감독은 “가능하면 지수가 더블더블을 완성하는 게 제일 좋다. 지수가 다른 사람이 쉽게 깰 수 없는 기록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플레이오프 전에 너무 기록에만 몰두하지 않게 좀 더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지수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경기 종료 후 유선 전화로 박지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Q. 전반에 2득점에 그쳤다. 삼성생명의 강력한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득점이 적었다는 걸 알고 있었는가?
인지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에서 나를 강하게 압박했고, 내 슛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경기 중에 ‘오늘 정말 안 들어가네’라고 느끼고 있었다. 골밑슛도, 중거리슛도 안 들어갔다. 그래도 코치님들께서는 내게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너로 인해 파생되는 공격으로 다른 기회가 생긴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Q. 그래도 4쿼터에 더블더블을 완성했다.
후반에도 슛이 잘 안 들어갔지만,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했던 게 도움이 됐다. 다행이다.

Q. 더블더블 행진을 보는 시선이 다양하다. 어떤 팬은 연속 더블더블 기록이 굉장하다고 느끼고, 어떤 팬은 박지수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외국 선수도 없는 상황이니 더블더블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감독, 코치진은 이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감독님, 코치님들께서는 누구도 깰 수 없는 대기록을 만들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그러고 싶다. 사실 오늘도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내게 '괜찮으니 적극적으로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패스 기회만 보지 말고 내 공격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를 위한 공격 패턴도 짜주셨다. 내가 빨리 더블더블을 만들어야 팀에 도움이 되고 나도 쉴 수 있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배려해주시니 나만 제대로 정신 차리면 된다.
Q. 더블더블을 작성하려면 출전 시간이 길어진다. 기록에 욕심을 내다가 경기를 그르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욕심이 과했을 때 운이 나쁘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정규리그에 힘을 쏟아서 플레이오프에서 쉽게 지칠 수 있다. 그렇지만 본인이 더블더블을 작성해야 기본적으로 팀도 잘 풀린다고 보는 게 맞나?

그렇다.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내 더블더블은 팀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오늘 끝까지 안 풀렸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정규리그 30경기가 모두 잘 풀릴 수는 없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해냈다. 5경기가 남긴 했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무리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욕심은 내되,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무리하면 나와 팀, 모두에게 손해를 입힌다.

Q. KBL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하다. 라건아가 59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한 적이 있다. 기대해도 될까?
아하하하, 연속 59경기? 처음 들었다. 굉장히 당황스럽다. 이런 기록이 있는 줄 몰랐다. 우선, 당장의 목표는 이번 시즌 전 경기 더블더블이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 시즌까지 이어서 하고 싶다는 말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겠다.

WKBL에 길이 남을 기록에 도전하는 박지수. 동시에 박지수는 기록 욕심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있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중책을 떠안은 만 22세 선수는 한층 성숙한 선수로 자라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할 도리를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에이스의 숙명을 받아들인 박지수가 기록을 대하는 태도도 이렇게 남달랐다.

#사진=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julianmint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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