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김명수 대법원장 거짓해명 참담"..거취까지 거론

이장호 기자 2021. 2. 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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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실체적 정의 추구해야 할 대법원장이 거짓말"
"미국이었으면 탄핵감" "거취 문제까지 될 심각사안"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상 첫 법관 탄핵 표결을 앞둔 이날 당사자인 임성근 부장판사 측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2021.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만나 법관 탄핵 관련 이야기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임 부장판사 측이 김 대법원장과의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자 일선 판사들은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판사들은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를 추락시키게 만들었다며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번질 심각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성근, 대법원장과의 면담 녹취록 공개…대법원의 '거짓해명' 드러나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4일 기자들에게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이야기를 언급하며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는 전날(3일) 대법원이 논란이 불거지자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 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라며 "그중에는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 부장이 사표내는 것이 난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라며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김명수 대법원장,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뉴스1

◇일선 판사들 "참담…미국이었으면 탄핵감"

일선 판사들은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한 고법판사는 "우리나라는 그냥 넘어갈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였으면 대법원장 탄핵감"이라며 "대법원장 위신이 매우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법원에서 해명을 해야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도 대법원장의 리더십에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갈등 상황인데, 어제 해명이 하루 지나지 않아 거짓말이 됐다"며 "정치인도 아니고, 한 나라에서 실체적 정의를 가장 추구해야 할 사람인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한 게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참담하다 참담한 사건이다. 현직 법관과 대법원장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데 대법원장 해명이 거짓으로 판명됐다"며 "국민 여론에 따라서는 대법원장 거취 문제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법판사도 "결과적으로 대법원장 해명이 거짓말이 됐다"며 "참담하다. 고위법관들끼리 녹취하고 있는 이 상황에 진짜 낯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거짓말 한 거부터가 대법원 신뢰를 까먹은 것"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장 때는 뒤에서 수작은 부렸어도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녹취록을 보면 대법원장이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너무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징계를 이유로 사표수리가 안된다고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정치권 눈치를 봐서 사표 수리가 어렵다고 한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임 부장판사의 녹취록 공개에 대해 아직 대법원의 입장은 나오고 있지 않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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