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운다" 아이 둘 살해한 친부, 살인죄 무죄→23년

류원혜 기자 2021. 2. 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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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세 자녀 중 2명을 '시끄럽게 운다'며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피고인인 20대 부부의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재판장)는 지난 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7·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B씨(25·여)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부는 "친아버지가 생후 5개월, 9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들을 신체적·정신적 학대하는 과정에서 살인이 이뤄졌다"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피해자들의 생명은 되돌릴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대당한 첫 아이, 두 동생은 "우는 게 시끄러워서…"
2015년 결혼한 A씨와 B씨 부부는 같은 해 4월 첫째 아들 C군을 낳았다. 이후 2016년 D양, 2018년 E군을 품에 안았다.

이들은 결혼했던 2015년 1월부터 A씨 어머니 집에서 지냈고, 이후 약 4년간 별 소득 없이 모텔과 차량 등에서 생활했다. 세 자녀가 안락하게 지낼 공간은 없었다.

두 사람은 첫째와 둘째 아이만 있던 2016년 9월13일 추석 명절에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C군·D양을 데리고 원주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그러나 당시 생후 5개월이던 D양이 잠을 자지 않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에 A씨는 D양을 4.3㎏ 무게의 두꺼운 이불로 덮어버린 채 3시간가량 방치했고, D양은 결국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 B씨는 남편의 행동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이날 오후 6시쯤 D양이 침대 프레임 밑에 숨진 채 누워있던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몰래 사체를 암매장했다.

부부의 악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D양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3년 4개월간 57회에 걸쳐 양육 또는 아동수당 710만원을 타냈다. 첫째 아이도 장기간 학대에 시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D양이 숨진 뒤 약 2년이 흘렀을 때 막내아들 E군을 낳았다. 이들은 2019년 2월1일 첫째 아들 C군(당시 만 3세)에게 당시 생후 4개월이던 E군을 향해 "파이트(Fight), 싸워"라며 때리도록 부추겼고,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2019년 6월13일에는 생후 9개월이던 E군이 떼를 쓰며 울자, 아빠 A씨가 엄지손가락으로 E군의 목을 눌러 울음을 그치게 했다. 이번에도 엄마는 말리지 않았다.

E군은 결국 질식사했다. 부부는 이날 오후 4시쯤 E군이 숨진 것을 확인하고 다음날인 14일 새벽 E군의 사체를 몰래 땅에 묻었다.

생후 5개월·9개월 아이 '살해' 아버지…'징역 1년6개월→23년'
지난 3일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시민이 '원주 3남매 사건'의 피고인 20대 부부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검찰은 1심에서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이들 중 A씨에게 징역 30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B씨에겐 징역 8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조영기 재판장)는 지난해 8월 선고 공판에서 A씨의 살인 혐의와 B씨의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시신은닉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에 국민들은 분노하며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최근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맞물리면서 법원으로 관련 진정서만 400여건이 접수됐다.

2심 재판부는 지난 3일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3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간 부착을 명령했다. B씨에겐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곳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를 진단받아, 이로 인해 할머니와 B씨를 수시로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A씨의 문장완성검사에서는 '내 생각에 아버지는 죽이고 싶은 존재', '언젠가 나는 사람을 죽일 것 같다', '누구 한 명만 걸려라', '고양이 소리가 싫어서 6마리를 죽임', '죄책감은 없다' 등의 내용이 기록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자백하는 취지로 한 진술이 일관돼 모순되는 부분을 찾을 수 없고, '다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는 반성문도 제출했다"며 "피해자들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범행을 저질러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인정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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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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