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M] 수상한 절, 방치된 죽음..엄마는 왜 아들을 때려 죽였나

손하늘 2021. 2. 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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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어머니가 80㎏ 아들을?‥아버지의 의문 >

열대야가 계속되던 작년 8월 28일 밤 10시.

대구에 사는 권영한 씨는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큰아들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엄마가 절에서 동생을 때렸는데, 동생이 심하게 다쳤는가봐. 지금 응급실에 가 있어."

아내 김 모 씨와 작은 아들은 경북 청도 팔조령의 한 절에 가 있었는데, 아내가 아들을 때려 병원에 갔고, 위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권 씨가 소식을 들었던 그 시각, 경북 청도의 병원 응급실에서 작은 아들은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30대 작은아들의 몸무게는 80킬로그램. 60대의 아내는 50킬로그램도 안되는 왜소한 체격이었습니다.

권 씨는 아내가 아들을 3시간 반이나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폭행을 했거나, 아니면 최소한 도와준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 엄마한테 맞아 죽은 아들‥"쇼 하는 줄 알았다">

아들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대원들이 출동했을 때, 작은 아들의 체온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습니다.

출동 직후에 35도였고, 병원에 간 뒤에는 34도로 더 떨어졌습니다.

경찰은 신고 1시간 쯤 전에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어머니 김씨는 의사에게 "아들을 구타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왜 바로 병원에 데려오지 않고 방치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들이 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몸 전체 46%가 손상"‥국과수의 부검 결론 >

국과수의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과다출혈'이었습니다.

턱과 등, 엉덩이와 하반신에서 광범위한 피하출혈이 관찰됐습니다.

피부를 절개해보니 내부 조직의 출혈은 범위가 더 넓었습니다.

몸 전체의 46%가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잔혹한 폭행을 정말 64살의 어머니가, 그것도 혼자서 저질렀다는 것일까.

절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경찰의 결론은 놀랍게도 '그렇다'였습니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어머니 김 씨는 사건 당일 오후 4시 30분에 사찰 1층 거실 한가운데서 길이 1m짜리 대나무로 아들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무릎을 꿇고 맞고만 있던 아들은 폭행 강도가 심해지자 중간에 건물 밖으로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쫓아간 어머니에게 이내 붙잡혀 다시 들어왔고 폭행은 계속됐습니다. 아들의 머리를 발로 밟기도 했습니다.

오후 7시 11분, 아들이 쓰러졌습니다.

이후 50분간 구호 조치 없이 방치됐고, 결국 숨졌습니다.

경북 청도경찰서는 어머니 김 씨를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혐의는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였습니다.

상해치사. 죽이려는 고의가 없었고, 숨질 가능성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 프로그래머 아들, 공무원시험 낙방한 뒤‥ >

숨진 작은아들은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소이증을 앓았습니다.

이후 여러차례 수술을 거쳐 가벼운 장애 수준인 청각장애 5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장애가 있었지만 중고교 시절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키웠고, 대학에서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 아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프로그래머를 택하는 대신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도전했지만 시험에서 내리 4차례 고배를 마셨습니다.

작년 6월 시험까지 탈락하자 집안 분위기는 험악해졌습니다.

보다 못한 어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짐 싸서 절에 가라, 거기서 정신차리고 공부해라."

그 길로 아들은 청도 팔조령의 절에서 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적응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절에서 하는 양봉 일을 돕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규율을 강요하는 폐쇄된 절 생활에 점차 아들은 비뚤어졌습니다.

합숙을 하는 여성 신도들의 방에 침입해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절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어머니는 "진심으로 사과하면 주지스님이 받아주실 것"이라며 절에 있던 1m짜리 대나무 막대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어머니가 털어놓은 범행 동기입니다.

<'귀신 붙었다' 경고하는 절‥대체 어떤 곳이길래?>

하지만 아버지 권 씨는 아무래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CCTV로 확인이 된 만큼 아내가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권 씨는 아내의 행동에 사찰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8년 전 권 씨 가족은 이 절을 처음 찾았습니다.

당시 주지스님은 "아내에게 귀신 7명이 씌여 있으니 떼어내야 한다"는 충격적인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래는 귀신 1명 당 1천만 원이 드는데, 이번에는 1백만 원만 받겠다"며 선심을 쓰듯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스님의 말을 믿은 아내는 현찰 7백만 원을 내고 귀신을 쫓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6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 김씨가 우울증을 앓았는데 잘 가지 않던 사우나를 자주 간다고 했더니, 주지스님은 "사우나를 좋아하던 죽은 친척의 영혼이 어머니에게 붙었다"고 했습니다.

< 사찰에서 3시간 30분 폭행‥"왜 아무도 안말렸나요" >

'귀신'과 '영'을 언급하고, 치료 댓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 절.

그 절에서 엄마는 아들을 3시간 30분동안 때리고 방치했습니다.

폭행은 스님과 여성 신도들이 합숙 생활을 하는 2층짜리 건물 1층에서 벌어졌습니다.

신도들이 '차당(茶堂)'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일반 가정집의 거실 같은 공간입니다.

3시간 반 동안 폭행이 이어졌지만 누구도 제지하거나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너무 이상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장시간 때리고 방치했으면 절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한거지? 거기가 그냥 구석진 곳도 아니고, 스님 방도 다 거기를 통해야만 갈 수 있는데, 모를 수가 없는데.."

당시 CCTV 기록을 보면, 목격자는 3명이 있었습니다.

사찰 관계자이기도 한 여성 신도와 남성 신도, 그리고 주지스님이었습니다.

주지스님은 경찰에서 "훈계를 하는 줄 알고는 산에 나갔고, 뒷일은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죽을 만큼 맞았는데, 다른 신도들 역시 "아들이 자주 말썽을 피웠기 때문에, 어머니가 체벌한다고 생각해 말리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 "보험금 5천만 원‥수익자는 '사찰 관계자'" >

경찰은 목격자들에게 범행을 방조한 혐의는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가족들도 몰랐던 보험 2개가 아들의 이름으로 가입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하나는 실비보험, 하나는 운전자보험이었습니다.

운전자보험의 특약에는 일반 상해치사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 5천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보험을 계약한 사람은 '사찰 관계자', 가입일은 죽은 아들이 사찰에 입소한 날이었습니다.

보험금을 받을 사람, 보험 수익자는 다름아닌 '사찰 관계자'였습니다.

이 때문에 아버지 권 씨는 아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 달라고 호소합니다.

사찰 측이 보험금 수령을 위해 체벌을 종용했거나 방관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겁니다.

사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절에 입소하는 사람들을 모두 보험에 가입시키고 있다"며 "절에서 보험료를 내는 만큼 수익자를 사찰로 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보험금을 타면 가족들에게 주려고 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절이 아니라 목욕탕?‥주지스님은 '묵묵부답'>

대체 이 절은 무슨 절일까.

청도군청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종단은 대한불교 선(禪)조계종.

한국 불교의 최대 종파인 조계종과 단 한 글자만 다릅니다.

그런데 서류상 이 사찰은 엉뚱하게도 '목욕장'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종교시설이 아니라 목욕탕이라는 말입니다.

청도군청 측은 "사찰이 목욕탕으로 등록된 것은 문제"라며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상한 절에서의 참혹한 죽음..진실은 밝혀질까?>

주지스님을 찾아갔습니다.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찰은 사방이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한나절을 기다려 저녁 무렵에야 겨우 스님을 만났습니다.

절에서 벌어진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해 물었지만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고, 인터뷰 요청도 거부했습니다.

쓰러진 아들을 왜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건지, 어머니 김 씨를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대답은 "제 변호사에게 연락하세요"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 절이 이상하지 않냐"고 묻자 김씨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절은 아들의 죽음과 상관 없다"며 적극적으로 절을 엄호하고 나섰습니다.

주지스님이 목격자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는데 "아들을 때리는 걸 주지스님은 전혀 못 봤다"고 김 씨는 주장했습니다.

사건 이후에도 김 씨는 절을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 법률자문도 사찰의 도움으로 대구의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받고 있었습니다.

수상한 절에서의 참혹한 죽음, 그 의문을 남김없이 밝힐 수 있을지, MBC는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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