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사법부 독립 파괴 거든 '정치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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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관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행위가 적어도 헌법이 정한 법관의 탄핵 사유엔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게 법학자로서 양심적인 판단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법관의 신분을 최일선에서 보호해야 할 대법원장이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방관하고 있으니 대법원장의 이러한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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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직 법관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칼럼을 쓴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의 명예훼손 사건을 담당한 재판장에게 임성근 부장판사가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 관련 내용이 사실무근이란 점’을 판결문에 포함해 달라고 했다는 게 탄핵의 사유다.
다른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하는 게 적절치 못한 행동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임 판사는 이 사유로 이미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임 판사의 행위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여당이 갑작스럽게 임 판사를 탄핵하려는 것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뭔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란 강한 의심이 든다. 요즘처럼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법관을 탄핵하는 게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지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헌법은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하고,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법관의 임기를 특별히 규정하는 것은, 법관의 신분 보호를 통해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헌법은 ‘탄핵’의 사유를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 보장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헌법 제106조를 해석한다면 적어도 ‘탄핵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에 상응하는 정도의 비위행위가 있어야 한다. 임 판사의 행위를 두둔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 행위가 적어도 헌법이 정한 법관의 탄핵 사유엔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게 법학자로서 양심적인 판단이다. 그런데도 160명의 여권 국회의원이 법관 탄핵안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법관의 신분을 최일선에서 보호해야 할 대법원장이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방관하고 있으니 대법원장의 이러한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입장을 밝히라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질의에 대해 대법원은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더욱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가 사의를 표명했는데도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수리하지 않았다니 무책임을 넘어 비겁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 순회법원 판사를 비판하면서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을 겨냥해 “당신은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로버츠 대법원장은 “미국에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 우리에게는 자신들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의 비범한 집단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대응했다.
이것이 사법부의 독립이며, 대법원장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런 사법부가 되는 게 진정한 사법개혁이다. 법관의 탄핵은 그저 분풀이식 정치 이벤트 거리가 아니다. 사법부의 독립이란 헌법 시스템이 붕괴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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