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공수처 합헌'의 3大 근본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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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일단락됐다.
둘째, 공수처의 독립성과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국회의장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해 실질적으로 공수처장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헌법상 국회의 권한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다.
이번 헌재의 공수처 합헌 결정은 향후 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을 통해 다시 한 번 위헌성 여부가 판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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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憲裁 코드 재판관 우려 현실화
독립 행정기관 전제부터 잘못
수사 단계부터는 사법권 영역
제2 제3 공수처도 만들 길 열어
자기관련성 핑계 ‘각하’도 잘못
위헌심판 제청 통한 시정 필요
지난 1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일단락됐다. 직선제와 더불어 1987년 민주화의 상징인 헌재의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오히려 개운치 않은 뒷맛과 함께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친정권 재판관을 대거 임명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버렸다는 우려가 현실화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112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의 헌재 결정문 속에 검찰 제도와 수사권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이 드러났고, 주요 규정을 각하(却下) 처분하면서 위헌 여부 판단을 회피한 것은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주요 문제점을 살펴본다.
첫째,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준(準)사법기관인데, 헌재는 독립 행정기관으로 전제하고 판단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대륙법계 검찰 제도의 기원이 된 1808년 프랑스 형사소송법(Code d’instruction criminelle)의 입법자들은 법치국가의 경찰은 사법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사권을 사법관의 권한으로 만들었고, 사법경찰에 위임해 수사하게 한 것이 검사 수사지휘의 배경이다. 범죄 발생 이전의 예방 단계는 행정경찰의 권한으로 행정권이지만, 범죄 발생 이후의 수사 단계는 검사와 사법경찰의 권한으로 사법권의 영역이다. 1895년 재판소 구성법과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우리가 계수(繼受)해 내려오고 있는 대륙법계 국가의 일관된 형사사법 체계인데 헌재가 이를 간과했다.
둘째, 공수처의 독립성과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헌재는 공수처를 대통령이나 기존 행정조직의 위계 질서 아래 편입시킨다면 공수처의 활동과 운영에 대통령 등이 관여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적 통제라는 논리로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을 마구잡이로 행사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방해한 것이 엊그제다. 공수처의 책임과 수사권 남용을 담보할 아무런 장치가 없는데 헌재의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헌법에 근거를 둔 군(軍)검찰과 일회성인 특검의 사례를 들면서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공수처 검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 제2, 제3의 공수처를 만들고 영장청구권을 부여해도 문제가 없다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
셋째, ‘각하’라는 이름으로 주요 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을 회피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헌재는 헌법소원 사건에서의 심판 요건인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의 자기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무책임한 결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 공수처장 임명 관여권과 공수처 인사위원회 규정이다. 헌법상 국회에 부여된 고위공무원 인사와 관련된 권한은 헌재재판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선출권 및 대법원장과 대법관, 감사원장 임명동의권 등이다. 국회의장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해 실질적으로 공수처장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헌법상 국회의 권한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다. 7명으로 구성되고 과반수로 의결하는 공수처 인사위원회에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4명 이상 임명에 관여하도록 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농후한 데도 위헌 여부 판단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매년 판사·검사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이 3000여 건에 이른다. 부패 범죄와 관련 없는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이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수사와 재판 때문에 판사와 검사가 공수처 수사를 받는 풍경이 일상화할 것이다.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주도의 국회 법관 탄핵이 4일로 예정된 가운데 찬반 논란이 뜨겁다. 공수처가 법원과 검찰의 독립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될 것인가. 이번 헌재의 공수처 합헌 결정은 향후 법원의 위헌심판 제청을 통해 다시 한 번 위헌성 여부가 판단돼야 한다. 헌법의 위기, 법치주의의 위기 시대임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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